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 참여를 제한해 온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어정쩡한 개선책을 내놓았다. 2013년 규제 도입 후 SW 시장 성장이 둔화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을 일부 풀기로 했다. 하지만 규제 법(SW산업진흥법)을 그대로 둔 채 운영 지침만 바꾸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8일 ‘민관합동 SW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신산업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푸는 운영지침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SW 분야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됐다. 2013년 1월부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참여를 원천 제한했다.

규제 도입 후 SW 신산업 분야 대형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어드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소 SW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조차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공공사업을 수주한 중견 SW업체들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481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2.53배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2년 2.1%에서 2014년 0.1%로 도리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SDS, LG CNS, SK(주) 등 SW 분야 대기업들은 전자정부 등 주요사업에서 국내 이력을 쌓을 수 없게 되면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장소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스마트시티사업 참여도 뚝 끊겼다. 한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시티사업에서 실제 소프트웨어 비중은 10~20%에 불과한데도 (대기업 제한으로 인해)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이었고 이들이 다시 하도급을 주면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며 “대기업 참여 제한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운영지침을 마련해 신산업 분야 대기업 참여 기회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신산업의 구분이 모호해 도리어 업체 간 분쟁만 키울 수 있다”며 “규제를 풀고 시장 기능을 활용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이호기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