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산업이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은 인수합병(M&A)을 통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미래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학술지 논문 수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대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학술지에 실린 논문 중 중국 학자와 기업인이 작성한 논문은 26편으로 한국(13편)의 두 배였다. 오는 12월 발간될 IEDM 학술지에도 중국과 한국의 논문 수는 비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IEDM은 반도체업계에서 최고 논문만 엄선해 싣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논문을 보면 반도체의 미래 기술 흐름을 알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IEDM에선 중국 논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최근 중국을 방문했는데 베이징대 칭화대는 물론 푸단대의 반도체 연구시설도 서울대보다 월등히 좋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9일은 제8회 반도체의 날이다. 반도체 수출이 100억달러를 달성했던 1994년 10월29일을 기념해 정부가 2008년 제정했다. 그동안 한국 반도체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지난해 수출은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전체 수출의 10%를 책임졌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중국 업체의 거센 도전에다 반도체 관련 논문이 감소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문가도 줄고 있어 미래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남윤선/오형주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