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는 SUV 4월 출시…연비·환경규제에 적극 대응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이 밝혀진 이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고연비 차량 연구개발(R&D) 전략의 중심을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로 옮기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이런 흐름에 맞춰 친환경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전기차도 내놓는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지난 27일 “내년 1월에 AE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은 다음 차례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과 전기차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그동안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소개해왔던 AE에 전기차 모델을 추가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출시 시기도 내년 1월로 구체화했다. 기아차는 친환경차 DE 하이브리드를 4월께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쏘울과 레이 전기차가 있기 때문에 DE는 하이브리드와 PHEV로만 나올 예정이다.
두 차량은 플랫폼이 같지만 AE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해치백(후면이 둥근 5도어)과 비슷한 형태로, DE는 SUV 모양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AE와 DE는 현대·기아차가 도요타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를 겨냥해 개발한 차량이다. 1997년 출시된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는 누적 판매량 500만대가 넘는 1위 모델이다. 도요타는 올해 말 연비를 20% 이상 끌어올린 프리우스 새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AE와 DE는 1.6L 엔진이 앞바퀴 동력을, 전기 모터가 뒷바퀴를 구동하는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하이브리드차에 쓰이는 동력 배분 축이 빠지기 때문에 실내 공간이 넓어진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시험 주행을 해본 결과 연비와 주행성능에서 경쟁 모델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AE와 DE는 현대·기아차가 약점을 보이고 있는 준중형 해치백(AE)과 소형 SUV(DE) 차급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연말 출격
현대·기아차는 기존 차종에도 친환경차 모델을 추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국산차 최초 PHEV 모델을 쏘나타에 추가했다. 기아차는 신형 K5의 하이브리드를 올 연말에, PHEV를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K7도 내년 상반기 완전 변경을 한 다음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 2020년까지 22종 이상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친환경차 로드맵을 내놨다. 하이브리드차 12종, PHEV 6종, 전기차 2종, 수소차 2종 등이다.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각국의 연비·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디젤차로는 연비와 친환경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친환경차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친환경차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친환경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올해 257만대에서 2020년 636만대로 세 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2013년 2만8807대에서 지난해 3만6029대로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는 2만90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7%가량 늘어났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