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큰 행사 치르던 명정전
팔각칠층석탑·천문관측대 눈길
처음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다가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이후 다시 지어져 조선 왕조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됐다. 정조 순조 헌종 등이 창경궁에서 태어났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곳도 창경궁 선인문 안뜰이다.
창경궁은 일제강점기에 여러 수난을 겪었다. 일제는 궁궐 안의 건물들을 헐어내고 그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했다. 궁의 이름도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1984년 궁궐 복원사업으로 동물원과 식물원을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고 원래의 이름인 창경궁을 되찾게 됐다.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국보 제226호)은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장소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궁궐의 정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특히 기둥 위의 장식적인 짜임은 조선 전기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명정전 옆에는 왕의 사무용 건물인 문정전이 있다. 왕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함께 국사를 논의했다. 명정전 뒤편에 자리잡은 숭문당은 왕이 학자들을 불러 학문을 논하고 대화를 나누던 곳이다. 영조의 어필이 걸려 있으며 규모가 작고 소박한 외관을 하고 있다.
통명전(보물 제818호)은 왕이 생활하던 공간으로 연회 장소로도 사용된 건물이다. 궁궐 안 가장 깊숙한 곳에 있으며 내전 중 가장 큰 건물로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다. 건물 왼쪽으로는 돌난간을 놓은 연못과 둥근 화강석을 두른 샘, 정원이 조성돼 있다.
창경궁 연못 옆에는 팔각칠층석탑(보물 제1119호)이 있다. 8각 평면 위에 7층의 탑신을 세운 석탑이다. 기단부의 면마다 꽃무늬와 안상이 새겨져 있다.
보물 제846호인 풍기대는 화강암으로 제작한 높이 2m28㎝의 기상관측용 깃발대다. 구름무늬를 양각한 팔각기둥 맨 위 중앙에 깃대 꽂는 구멍이 있다. 깃대 끝에 좁고 긴 깃발을 매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잰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관측대인 관천대(보물 제851호)도 있다. 높이는 2.2m.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대 위에는 천문 관측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 99㎝의 받침대가 놓여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