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조사위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배경에는 372쪽짜리 북한인권조사위(COI) 보고서가 있었다.

UN인권이사회는 2013년 3월 COI를 설치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무력충돌이 없음에도 조사위가 설립된 최초의 사례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COI는 그해 7월부터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 80명의 공개 증언을 청취하고 피해자와 240여차례 비공개 면접을 해 자료를 수집했다. 네 차례 공청회를 열고 현장 조사도 벌였다. 그 결과 북한의 공개처형, 불법적·자의적 구금, 고문,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및 강제노동, 탈북자 강제송환 및 처벌,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침해, 여성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 침해 실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2014년 2월17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북한 내에서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책임자에 대한 불처벌 관행도 비판했다. 그중 핵심은 UN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과 북한 문제를 다룰 특별재판소(ad-hoc tribunal)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COI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 책임자에 대한 효과적 제재 범위 검토를 포함한 조치를 할 것도 촉구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 지도부에 대한 처벌을 시사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보고서가 발간된 지 한 달여 만인 3월28일 UN인권이사회는 이를 토대로 작성한 역대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로부터 약 9개월 뒤인 12월18일 제69차 UN총회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116표, 반대 20표, 기권 53표의 압도적 차이였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흘 뒤 UN안보리는 최초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는 앞으로 3년간 안보리에서 제기될 수 있게 됐다. 3년 내 한 번이라도 논의되면 그 시점으로부터 또다시 3년간 유효기간이 연장된다.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새로운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