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돈맥’이 막혔다. 월 평균 4조~5조원에 달했던 조기상환(원금에 6개월치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것) 금액이 4000억원 밑으로 내려왔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계약 시점보다 일정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이며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투자자도, 상품도 없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6일 사이에 조기상환된 ELS는 3557억원어치에 불과했다. 매달 4조~7조원의 물량이 조기상환됐던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상환액이 10분의 1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금융위원회가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연계한 ELS 판매 자제를 요청해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달에도 1조2936억원어치가 조기상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상환액 급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까지 조기상환되는 물량을 합해도 5000억원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달 기준 조기상환액이 5000억원을 밑돌게 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참고지수를 교체해 코스피지수가 한 달 만에 250포인트가량 급락했던 2013년 7월 이후 처음이 된다.

기존 상품의 조기상환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신규 상품 판매도 지지부진하다. 이달 들어 판매된 ELS는 2조1203억원어치에 그쳤다. 올 들어 처음으로 월 기준 ELS 판매액이 3조원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이달 들어 조기상환과 만기상환을 합한 금액이 900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지수 고점 이후 6개월부터 보릿고개

ELS 순환구조가 멈춘 배경은 HSCEI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6월 사이 HSCEI는 13,000~14,000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7월부터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지난달 초에는 9000선 근처까지 조정을 받았다. 현재 지수가 10,600선 안팎까지 반등했지만 지난 2분기 고점에 비하면 여전히 20~30%가량 낮다.

HSCEI는 금융위가 발행 물량을 줄일 것을 주문했던 지난 8월 이전까지 ELS에 가장 많이 활용됐던 기초자산이다. 전체 지수형 ELS의 80% 이상이 이 지수를 끼워넣은 상품이었을 정도다.

지난 2분기 발행된 ELS들의 조기상환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HSCEI가 단기간에 급등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사들의 공통된 시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ELS들은 계약 후 6개월 동안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지 않아야 원금과 6개월치 이자를 준다.

ELS의 ‘조기상환 보릿고개’는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자산이 급락했을 때마다 찾아온다. 지수가 고점을 찍은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조기상환 물량이 급감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HSCEI가 충분히 조정을 받은 8월 이후 발행된 물량의 1차 조기상환 예정 시점인 내년 2월이 돼야 ELS 돈맥경화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