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디자인한 ‘미니맨’.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디자인한 ‘미니맨’.
“저 조명 정말 예쁘다. 내 방에 가져다 놓고 싶어.” “난 저 주걱 세트를 사고 싶어. 디자인도 좋고 집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지난 26일 광주 중외공원 광주디자인비엔날레 1관. 삼삼오오 모인 관람객들이 전시 출품작 앞에서 이 같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주전자와 컵, 그릇 위에 조그마한 인형이 뛰어놀듯 붙어있는 주방기구 세트는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광주의 중소기업 인스나인과 협업해 선보인 작품이다.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물 데니스 산타키아라도 중소기업 세전사와 함께 ‘엘프’ 조명을 내놨다. 이들 작품은 모두 상용화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15일 개막해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는 제6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의 산업·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35개국의 디자이너와 건축가 964명이 작품 300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우범기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행사가 끝나면 작품을 철거하는 일회성 전시보다 실제 산업과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브랜딩’이라는 부제가 붙은 1관 전시에는 국내외 디자이너 9명이 디자인한 조명 제품과 생활 소품이 나왔다. 모두 시판이 가능한 금형단계까지 제작된 상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 중소기업들이 각각 디자이너와 함께 제품을 제작하고 생산과 판매를 맡는다. 제품명에 디자이너의 이름을 쓰고 홍보할 수도 있다. 삼성 LG 등과 여러 차례 협업한 유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작품을 생산할 기업은 폐막일에 공개한다.

2관에서 열리는 ‘아시아디자인 허브’전은 한·중·일 디자이너들이 각국의 문화를 재해석해 디자인에 녹여낸 생활용품을 전시한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노일훈은 전통 수공예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탄소섬유를 엮어낸 의자를 출품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하는 5관에선 디자인의 연구개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를 대체할 공동체주택 모델을 제시한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팀의 디자인은 광주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실제로 반영할 예정이다. 최경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장)은 “좋은 디자인이 기업에는 새로운 경쟁력, 대중에게는 삶의 에너지를 줄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 디자인 문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광주=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