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을 언급할 때 ‘변동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변동성은 말 그대로는 변화해서 움직이는 성질인데,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변동하는 정도를 뜻한다. 주식이나 채권, 통화 등의 시세가 비교적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완만하게 움직이다 갑자기 급등락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표현한다. 변동성은 ‘위험’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변동성이 커진 구간에 이익이 발생했다고 해도 그 이익이 애초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것 역시 일종의 위험일 수 있다.

○포트폴리오 다양할수록 안전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그 변동성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산배분이다. 자산배분은 개별 자산이 갖는 변동성을 완화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 각각의 개별 자산은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자산을 묶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동일한 시장 충격에 개별 자산이 각기 다르게 반응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줄어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주식시장은 한 달 동안 23% 넘게 하락했다. 만약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그 같은 손실을 그대로 감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채권을 편입하고 있었다면 수익률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손실의 폭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자산배분을 할 때는 되도록 많은 자산을 편입할수록 분산효과가 커진다.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원자재와 부동산 같은 대체자산을 편입하면 수익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도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 주식에 분산 투자한다면 자산배분 효과가 배가되면서 수익의 질적, 양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랩어카운트 유용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자금력도 크지 않은 개인이 여러 자산을 골고루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소액자산으로도 투자 할 수 있고 시장전문가가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운용해주는 ‘펀드’와 ‘랩어카운트’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펀드 중에서는 ‘멀티에셋’ 펀드와 ‘라이프 사이클’ 펀드(타깃 데이트 펀드)를 권할 만하다. 특정 자산이 아니라 여러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기 때문에 자산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멀티에셋 펀드는 주식과 채권을 포함해 통화, 원자재, 리츠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다. 펀드별로 편입하는 자산의 종류와 배분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성향과 목적에 맞게 선택해 투자하면 된다.

최근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100세 시대를 중심으로 한 노후 준비다. 나이가 젊을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투자하다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노후를 위한 자산배분의 기본 전략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설정액이 부쩍 늘고 있는 펀드가 라이프 사이클 펀드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의 설정액은 2012년 말 1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자의 연령에 맞춰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재구성하는 게 이 상품의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의 80%가 라이프 사이클 펀드 형태로 운용된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랩어카운트도 관심을 둘 만하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란 뜻의 랩과 ‘계좌’란 뜻의 어카운트가 결합된 말이다. 시장전문가가 여러 금융상품 가운데 투자자의 특성과 목적에 맞는 상품을 골라 하나의 계좌를 통해 운용해준다. 아예 투자성향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고 그 가운데서 자신의 성향에 맞춰 고르기만 하면 되는 포트폴리오형 상품이 많다.

펀드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수의 자금을 끌어모아 한꺼번에 운용하는 반면 랩어카운트는 개인별로 계좌를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과 성향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펀드처럼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서동필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seodp@nhw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