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간 뒷걸음질치던 한국전력 주가가 거침없이 뛰어오르고 있다. 저유가 수혜가 예상된 상황에서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실적 호조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외국인투자자도 강도 높은 순매수로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외국인 8거래일 연속 순매수

한전은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32% 오른 5만3000원에 마쳤다. 연초 대비 24.12% 오른 수준이다. 지난 8~9월 4만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이달 중순 상승세로 전환하며 5만원 선을 뚫었다. 지난 23일 장중엔 사상 최고가(5만3900원)를 찍었다.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8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 심리를 좋게 한 건 3분기 실적 전망이다. 현상권 한전 기획본부장(전무)은 “3분기가 성수기인 데다 저유가로 발전 비용이 줄어든 게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며 “배럴당 국제유가가 지금 수준이면 분기별 영업이익 3조~4조원이 나오고, 70달러 후반을 넘어서지 않는 한 2조원대(별도 기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실적도 올해보다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5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8.5% 늘어난 3조7000억원으로 시장 평균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줄이고, 발전비용이 저렴한 원자력과 화력 발전량을 늘린 것이 실적 개선 요인이 됐다. 원자력 발전은 2024년까지 매년 1기씩 늘어난다.

서울 삼성동 부지 매각차익 6조4000억원도 3분기 영업외 이익으로 반영된다. 부채규모는 지난 6월 말 59조원(별도 기준)에서 연말 기준 50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당 배당금은 1100원으로 예상한다”며 “부지매각 차익에 따른 특별 배당금이 추가되면 배당 성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하 쉽지 않을 것”

한전의 해외사업 실적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7.3% 정도의 해외 매출비중을 2020년까지 15%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한 데 이어 2020년까지 원전 추가 수출 목표를 세웠다. 현재 베트남 이집트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대상으로 수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3년간 해외사업의 순이익률은 평균 22%에 이른다. 현 본부장은 “한전은 한전KPS, 한전KDN, 한국전력기술 등과 함께 발전소 설계부터 건설,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전력군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인지도가 높다”며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전기요금 조정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국제유가 인하로 요금인하 압력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업 부채감축 기조와 탄소배출 억제 분위기 등으로 요금인하는 어렵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환경 규제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2030년까지 국내 탄소배출량을 37% 절감한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주요 수익원인 화력발전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 발전량의 3%를 차지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24년까지 10%로 늘려야 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