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베르테르 역의 엄기준(왼쪽)과 로테 역의 전미도가 입을 맞추고 있다.  CJ E&M 제공
다음달 10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베르테르 역의 엄기준(왼쪽)과 로테 역의 전미도가 입을 맞추고 있다. CJ E&M 제공
“나는 저 환영의 달콤함 속에서 고통받는구나!”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연모하는 여인 로테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탄식하며 읊은 대사다.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 베르테르의 서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올가을 무대에서 되살아난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댄스프로젝트 ‘D 클래식-베르테르’는 순수하고도 격정적인 베르테르의 사랑을 춤으로 표현한다. 비보이 하휘동, 발레리노 윤전일, 현대무용수 한선천 안남근 남진현, 댄스스포츠 선수 김수로 김홍인 등 케이블TV 채널 엠넷의 예능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했던 스타 무용수 일곱 명이 자신의 색깔에 맞는 베르테르를 표현하며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CJ E&M이 기획한 ‘D클래식’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고전 명작을 무용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춤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다. 이번 ‘베르테르’가 첫 번째 무대다.

다음달 10일부터 같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베르테르’(CJ E&M 제작)는 2000년 가을 초연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등에서 고전 재해석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가 대본을 썼다.

뮤지컬은 원작 소설의 이야기 틀을 단순화했다. 안정적이면서 이성적인 알베르트와 불안하지만 감성적인 베르테르를 대비시키며 극적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 중심으로 곡을 편성, 어긋나는 사랑의 안타까운 심정을 정갈한 실내악 연주로 표현한다. 베르테르의 비극적 죽음을 상징하는 삽입곡(넘버) ‘금단의 열매’ 등이 인상적이다.

이번 무대에는 조승우와 엄기준, 규현이 베르테르 역을 번갈아 맡는다. 엄기준은 ‘엄베르’라 불릴 만큼 베르테르 역을 자주 맡았다. 조승우는 2002년 출연 이후 두 번째 무대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규현이 처음 연기하는 베르테르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박종환 CJ E&M 공연사업본부 마케팅팀장은 “작품 자체의 쓸쓸하고 서정적인 느낌 때문에 가을에 어울리는 무대라고 판단해 두 공연을 연달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