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논란
두 달간 민생 법안 외면
정기국회는 지난달 1일 문을 열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로 경제 살리기를 위해 처리해야 할 법안이 쌓여 있다. 하지만 100일간의 회기 중 절반이 지난 25일까지 민생 법안 논의에는 진전이 없다. 여야는 내년 4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공천 방식에 대한 당내 계파 갈등 속에 9월 한 달을 보냈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대결을 거듭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법은 벌써 3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관광진흥법은 학교 앞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비스·관광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며 통과시켜줄 것을 국회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관련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도 제자리걸음이다. 당초 오는 30일 한·중 FTA 후속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협의체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추가 협상과 피해산업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협의체 참여를 보류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중 FTA 비준이 늦어지면 하루 40억원의 수출 증가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동개혁 입법도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 등 노동개혁 5대 입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첫 관문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부터 벽에 부딪힐 전망이다.
환노위는 16명의 위원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8명으로 같고 위원장은 김영주 새정치연합 의원이 맡고 있다.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김 의원을 비롯해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었던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같은 당의 한정애 의원 등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버티고 있다. 법안을 1차적으로 논의할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9명 중 야당 의원이 5명으로 과반수다.
경제활성화법과 노동 개혁, 예산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열기로 합의한 ‘3+3 회동’(원내대표·정책위원회 의장·원내수석부대표)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 의장은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3+3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