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금리인상 우려 탓에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국내에 설정된 글로벌 이머징 주식형 펀드들도 지난 1년간 평균 -12.55%의 부진한 수익률(22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집계)을 거뒀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들도 같은 기간 -7.76%의 평균 수익률로 부진한 성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금리인상 시기가 미뤄지면서 최근 신흥국 자산도 반등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 시장과 자산에 대한 시각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21개국에서 2180억달러어치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밥슨캐피털의 리카르도 아드로게 이머징마켓 채권그룹 대표(사진)는 최근 방한해 “신흥국 채권은 저금리시대에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경제·재정적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탄탄한 동유럽과 중미 국가 등에 선별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신흥국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쿠폰(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고, 현지 통화가치도 저평가 상태인 만큼 일부 국가의 현지 통화표시 채권은 환효과를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예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올 들어 신흥국 채권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2013년 5월부터 미국 양적 완화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신흥국 자산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밝혔듯 연내 금리 인상이 유력했지만 미국 시장에선 내년 3월까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점차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 자금 유출은 둔화될 것이다. 이미 신흥국 채권 가격에 금리 인상 재료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발표가 나오더라도 자금 유출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이제 신흥국 채권 투자에서 고려할 악재가 아닌가.

“여전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약세 등은 신흥국 채권 시장의 위험요인으로 유의해야 한다. 또 국가별로 내부적인 정치적 이슈들이 있어 선별투자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 유망한 신흥국 채권을 꼽는다면.

“달러화 표시 채권과 유로화 표시 채권 투자를 기준으로 보면 헝가리, 폴란드,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채의 전망이 밝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이들 국가는 재정적, 경제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채무 증가(credit growth)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진단이다. 또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중미 국가들도 미국의 고용 개선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에서 벌어들인 임금을 송금하면 해당국의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고, 이는 재정건전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흥국 채권 투자시 환율 위험이 높은데.

“현지 통화 표시 신흥국 채권의 경우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비중을 늘려볼 만하다.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재정적인 펀더멘털이 건전해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를 피해야 할 국가는.

“베네수엘라 채권이다. 국가 경제가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 하락시 달러 표시 채권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있다. 브라질 국채도 비중 축소를 권한다. 정부가 재정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 채권 투자시 기대 수익률은.

“개인 투자자라면 브라질 국채 등 단일 국가 채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펀더멘털이 양호한 신흥국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펀드 등에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 향후 1년을 놓고 볼 때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은 연 10%, 달러 표시 회사채는 연 5.5%, 달러 표시 국채는 연 6% 정도 수익을 예상한다. 이를 분산투자하면 연 6.5%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선진국 채권, 글로벌 하이일드 등과 비교해 신흥국 채권의 투자 매력은.

“신흥국 기업이 발행한 달러 표시 채권은 현재 채권 가격이 많이 조정받은 상태라 스프레드(금리차)가 많이 벌어져 있어 앞으로 채권 가격 차익에 따른 추가 수익을 노려볼 만하다. 달러화 표시 국채 역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어 매력적이다. 최근 신흥국 중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건전한 국채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지금이 투자 기회라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도 많이 떨어졌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신흥국은 현지 표시 통화 채권을 통해 환효과도 볼 수 있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해당 국가나 기업의 재정건전성만 유지되면 높은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