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3차전 잃은 것이 많았던 두산은 4차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사진 = 두산 베어스)



질 때 지더라도 잘 져야 한다. 그러나 두산은 패배의 아픔보다 패배의 과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경기를 했다.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마산에서 1승씩 나눠가진 두 팀에게 3차전은 중요한 길목이었다. 잠실 사나이 두산 유희관과 NC 베테랑 손민한이 맞대결을 펼친 경기는 16-2 NC의 대승으로 끝났다. NC는 시리즈 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을 남겨두게 됐다. 반면 두산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이날 두산은 최악의 결과를 냈지만 결과보다 과정은 더 최악이었다.



NC 타격감을 끌어 올려준 두산 마운드



4차전을 임하는 두산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NC 타자들의 타격감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1,2차전만 놓고 보면 NC 타선은 매우 심각했다. 특히 나성범-테임즈-이호준의 클린업 트리오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게다가 주장 이종욱의 부진도 어려운 경기를 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3차전 두산 마운드는 잠들어 있던 NC 방망이를 깨워줬다. 앞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손시헌은 4안타를 기록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이 밖에 가장 문제가 됐던 클린업 트리오는 테임즈 3안타, 나성범, 이호준이 각각 2안타로 합작 7안타를 기록했다. 또한 1,2차전 3번 타자로 출전하며 무안타 행진을 하던 캡틴 이종욱도 2안타로 타격감을 회복했다. 참고로 박민우도 3안타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서 거의 선발 대부분의 선수들이 1,2차전의 부진을 만회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최재원이나 노진혁의 홈런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이 선발로 나올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감각 회복은 1차전 완봉승을 거둔 니퍼트를 내세운다고 해도 두산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신뢰를 깨버린 불펜 투수들, 니퍼트 다음이 문제다



경기는 패할 수 있다. 또한 불펜 투수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상대 타자들이 잘 쳐서 대량 실점을 한 것보다 스스로 자멸을 했다.



김재호의 결정적인 실책이 대량 실점에 빌미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노경은 이후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들이 더 큰 문제였다.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은 유희관이 내보낸 주자와 함께 4실점을 했다. 그럼에도 이후 투수들과 달랐던 부분은 맞아서 준 점수였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았지만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마지막 투수 남경호를 제외하고 함덕주, 오현택, 진야곱, 윤명준까지 모두 올 시즌 두산 마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투수들이다. 그럼에도 마운드에 등판해 타자와 정상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이들 4명은 팀이 허용한 8개의 사사구 중에 무려 7개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미 3차전 결과는 돌릴 수 없지만 4차전 니퍼트가 완투에 가까운 피칭을 하지 못했을 때 두산 벤치는 마운드 운용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패하면 시리즈가 끝나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친다고 하지만 과연 니퍼트-이현승을 제외하면 두산 벤치에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카드가 있을까?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볼넷을 상황이 다르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 자체를 던지지 못해 최악의 결과를 낸 두산. 과연 위기에서 과감하게 불펜을 가동시킬 수 있을까? 패해서 위기가 아니라 다음 수까지 막아버린 것이 위기다.



이 밖에 넥센과 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망이가 다시 얼어붙었다. 1차전 7점을 뽑아내기는 했지만 2차전 3안타, 3차전 3안타로 빈타에 허덕였다. 이렇게 공격력이 얼어붙게 되자 상대는 마운드 운용에 있어서 한층 수월해졌다.



많은 점수차를 뒤집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상대가 한 명이라도 더 마운드에 투입하거나 불펜의 핵심 카드를 경기에 올렸어야 했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3안타에 허덕이면서 필승 카드의 투입이나 NC의 가용 자원을 최대한 그라운드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 힘을 비축했다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에게 경기 운영 옵션을 다양하게 만들어줬다.




나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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