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을 대리해 대법원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율촌의 김기영(왼쪽부터) 이상민 김철환 윤초롱 최정열 변호사. 율촌 제공
한미약품을 대리해 대법원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율촌의 김기영(왼쪽부터) 이상민 김철환 윤초롱 최정열 변호사. 율촌 제공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이 미국 ‘비아그라’의 디자인을 모방한 게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데는 법무법인 율촌의 관련 소송팀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16일 미국계 제약회사 화이자와 한국화이자제약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디자인침해금지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비아그라와 팔팔정은 병원에서 의사 처방에 따라 약사가 투약하는 전문의약품 특성상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고 판결했다. 푸른색 마름모꼴 알약 디자인을 둘러싼 화이자와 한미약품의 3년 공방이 한미약품의 승리로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제약업계는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특허권 만료 전후로 입체상표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오리지널 제약사와 제네릭(복제약) 제약사들의 사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상고심까지 판결이 계속 뒤집혔다. 1심은 한미약품이 승소했고, 2심은 화이자가 승소했다. 상고심에서 한미약품을 대리한 율촌은 지적재산권그룹의 최정열(사법연수원 17기) 김철환(22기) 윤초롱 변호사(변호사시험 2회), 기업법무 및 금융그룹의 김기영 변호사(27기), 송무그룹 이상민 변호사(18기) 등 다섯 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최정열 변호사는 특허법원 판사 출신으로 2009년 율촌에 합류해 특허사건을 총괄하고 있다. 서울고법 지적재산권 전담부 판사를 지낸 이상민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김철환 변호사는 특허법원 판사로 특허 상표 디자인 등의 재판을 담당했고 2008년부터 율촌에 몸담고 있다.

김기영 변호사는 의료제약팀장으로 소송 외에도 헬스케어산업 전반의 종합 컨설팅이 가능한 실력자로 꼽힌다. 윤초롱 변호사는 약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율촌 관계자는 “지적재산권그룹과 의료제약팀 전문가들이 협업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제약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기영 변호사는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특허가 만료된 뒤에도 상표권을 이용해 제네릭 제약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독점을 유지하려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판결로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이런 전략을 펴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소송은 상고이유서와 한두 차례 서면을 내고 끝내는 게 보통인데 이번 소송에서는 양쪽 대리인이 몇 권의 책을 낼 정도 분량의 서면을 내면서 치열하게 공방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김철환 변호사는 “전문의약품인 알약의 형상과 모양, 색채로 이뤄진 상표와 제네릭 제품의 유사 여부 및 혼동 가능성에 관해 대법원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