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22~28일 50여개 일본 기업과 단체 관계자를 이끌고 중앙아시아 5개국(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순방한다. 중앙아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등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도 자원 외교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무상원조나 저리 차관과 같은 ‘돈 보따리’를 풀어 이들 국가에서 중국,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이어진 자원외교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다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9개월 만에 기업인 대동

아베 총리는 당초 지난 9월 초순 이들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관련 안보법제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일정이 한 달 이상 늦어졌다. 일본 총리의 중앙아시아 방문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이후 처음이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일본 총리로서 첫 방문이다.

미쓰비시상사 등 무역과 플랜트업체를 중심으로 50여개 기업·단체 관계자가 동행한다. 기업인이 아베 총리와 함께 해외에 나가는 것은 1월 이집트 요르단 등 중동 방문 이후 9개월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아베 총리가 이 지역 내 풍부한 자원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석유매장량의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서쪽 카샤간유전은 일본 최대 자원개발업체 인펙스(국제석유개발제석)도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4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번 방문길에 우즈베키스탄 화학산업단지 내 비료 플랜트 공사를 수주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요다화공건설, 이토추상사 등 5개 업체는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전에서 황화수소 등 환경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가스전 처리시설 건설 계약을 맺는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에너지 안보 차원의 외교전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총리 취임 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을 돌며 자원 외교에 나섰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무기’로, 이들 지역 자원개발에 공동투자하고 도로 항만 등 인프라정비 사업에서 일본 기업의 수주를 지원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비슷한 시기에 남미를 찾아 현지에서 ‘맞짱’ 외교전을 펼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자원국 방문을 이어가는 것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으로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 회계연도에 해외 석유개발 지원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748억엔(약 7000억원)을 책정하고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도 있다. 5개국 중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은 중국 중심의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며, 투르크메니스탄도 초청국으로 SCO에 참가하고 있다. 또 옛 소련 소속 국가들로 러시아와는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