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우샤오추(吳曉求)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56·사진)은 시진핑 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자본시장 개혁·개방, 위안화 국제화, 금리 자유화 등 우 소장이 평소 주장해 온 정책들이 현 정부의 대표적인 개혁 아젠다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 소장은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시대와 이별을 고했다”며 “이제 세계는 중국 경제의 5~6%대 성장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상하이증시 급락과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선 “중국 정부가 역량을 과신한 나머지 시장의 객관적인 규율을 무시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의 중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중국 경제는 확실히 전환기에 진입했습니다. 30여년에 걸친 고속성장 시대는 끝났습니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에 의존해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가 힘들어졌어요. 중국 경제는 이제 연 7%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5~6%대 성장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직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곳이 많고, 소비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투자중심 경제에서 소비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5~6% 성장을 ‘침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적절했다고 봅니까.

“대부분의 경기 부양책은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7%대였던 성장률이 2~3%대로 단기 급락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니까요. 하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통화정책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통화량이 아무리 늘어나도 그것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추가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아직도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발상부터 버려야 합니다. 정부가 세세한 경제 활동에 끼어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개혁정책은 시장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예를 들면 인프라 투자도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비중을 줄이고 민간자본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투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감세도 중요합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재정지출 확대뿐 아니라 감세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지분 매각(혼합소유제)과 증시상장, 합병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유기업 개혁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나요.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의 미래 구조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입니다. 국유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방안에는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개혁 효과도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인가요.

“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개혁의 목표가 불분명해요. 혼합소유제만 봐도 내용이 모호합니다. 이미 많은 국유기업이 상장돼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혼합소유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기서 뭘 더 하겠다는 건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상하이증시가 지난 6월 중순께 고점을 찍고 급락한 뒤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증시 급락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우선 정부와 시장 참가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증시 파동이 금융시스템과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한 거죠. 이 때문에 자본시장 관련 정책과 제도가 미흡했습니다. 또 정부는 시장의 객관적 규율을 무시했습니다. 이제 중국 증시도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

▷증시가 언제쯤 반등할까요.

“주식시장이 안정될 만한 시기가 됐습니다.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 과도한 걱정이나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 증시는 여전히 상당한 투자 기회를 가진 시장입니다.”

▷이번 증시 급락으로 금융시장의 개혁·개방 정책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확실히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만약 증시를 완전히 개방한 이후에 이런 위기가 온다면 국가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폭락이 중국 개혁개방의 발걸음을 늦추지 못할 것이라는 게 주류의 의견입니다. ”

▷인민은행이 지난 8월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데요.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거면 굳이 기준환율 관련 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가능했을 겁니다. 환율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봅니다. 최근 10년간 위안화는 꾸준히 강세를 보였는데, 비정상적인 흐름이었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가 평가절하였습니다.”

▷위안화 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평가절하 압력이 있을 수 있지만 폭이 크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기 때문입니다.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당 6.5위안 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합니다.”(20일 현재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3453위안이다)

▷글로벌자금 이탈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없습니까.

“중국 정부도 그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자금 이탈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신흥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중국은 신흥국 중에서도 경제가 탄탄한 편이고, 외환보유액 규모도 세계 1위입니다. 정부가 앞으로 자본시장 개방을 더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외화자금이 대규모로 중국을 빠져나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한국은 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에서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경제로 성공적인 구조전환을 이뤄냈습니다. 최근 중국 기업의 부상으로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도 있지만 한국 산업의 기초는 탄탄한 편입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성장의 속도보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에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해 한국에서도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한국은 중국의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무역 상대국입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규모가 10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과거 5조달러 시대와 비교하면 성장률은 낮아졌지만 총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시장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려면 한국도 적절하게 산업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우샤오추 소장은…

중국에 증권이론을 체계적으로 소개해 ‘중국 증권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1996년부터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자본시장 관련 제도와 금융감독체계 수립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2010년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상하이증시 개장 20주년을 기념해 설문조사한 ‘중국 증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경제학자로는 가장 높은 순위인 5위에 올랐다. 우샤오추 소장은 상하이증시가 급등세를 보인 올 상반기 “중국 자본시장의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해 주목받았다. 현재 금융시장 개혁·개방과 관련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의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다.

△1959년 장시성 위장현 출생 △1990년 인민대 경제학 박사 △1996년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 △2000년 중국 교육부 ‘우수인재’ 선정 △2001년 우수청년교수상 수상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