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 니키아역을 맡은 수석무용수 김나은(오른쪽)과 솔로르 역의 솔리스트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 니키아역을 맡은 수석무용수 김나은(오른쪽)과 솔로르 역의 솔리스트 강민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화려한 볼거리와 그에 걸맞은 드라마가 있는 대작입니다. 워낙 큰 작품이라 부담도 있지만 서로 편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동작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나은(31)과 솔리스트 강민우(26)가 오는 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라 바야데르’에서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이 함께 주역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2003년 ‘오네긴’과 지난 6월 ‘그램 머피의 지젤’에 이어 세 번째다. 이들을 19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프랑스어로 ‘인도 사원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 사이의 뒤엉킨 사랑과 배신, 복수, 용서를 그린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1877년 초연됐다. 이번 공연에선 ‘발레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작품답게 150여명의 무용수, 400여벌의 의상이 등장한다. 높이가 2m인 대형 코끼리 모형도 나온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니키아 역을 맡은 김나은은 “출연진이 많다보니 그만큼 집중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며 “2막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인의 배신에 절망감을 표현하는 독무를 추는 장면에서 감정에 몰입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솔로르 역을 처음 연기하는 강민우는 “일상생활에서 삼각관계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솔로르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니키아와 솔로르는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주인공이다. 1막에서는 서로 애틋한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고, 2막에서는 솔로르의 배신 이후 니키아가 죽음을 맞이한다. 3막에서 솔로르는 니키아를 그리워하며 비탄에 잠긴다. 니키아는 죽은 후에도 사랑을 지키려는 신비한 영혼으로 나타난다. 막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셈이다.

김나은은 “니키아는 자신의 계급이 낮지만 멋진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인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다”며 “강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우는 “솔로르가 전사로서 아주 남자다운 성격을 지녔지만 우유부단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니키아와 솔로르는 1막에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2인무를 춘다. 김나은은 “작품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라며 “금지된 사랑이어서 더 애틋한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며 “5년 만에 다시 맡은 배역이라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5년 전 처음 니키아 역을 맡았을 때에는 외국 무용수들의 동영상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이제는 예전에 배운 것을 토대로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탄탄한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여성팬을 몰고 다녀 ‘발레돌’로 불리는 강민우는 “누나가 부럽다”고 했다. “전 요즘 ‘라 바야데르’ 영상을 보며 공부하고 있거든요. 저는 아직 그 단계인데 누나는 그걸 넘었으니까요.”

그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공연에서 30일을 제외한 날에는 2막에 등장하는 황금신상 역으로 나온다. “2010년 공연에선 언더스터디(대역 배우)로 황금신상 역을 맡았습니다. 그때는 마냥 힘들고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5년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보이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결국 무대에 서진 못했지만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번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들이 무대에서 팔색조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바탕으로 꼽은 것은 노력이다.

“무대는 제게 신성한 곳이에요. 제가 진심을 다해 잘해주지 않으면 저를 배신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그 여파가 그대로 제게 돌아올 것 같은 공간이죠.” (강)

“무대는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준비를 잘 해서 자신감 있게 무대에 썼을 때 연습에선 생각도 못했던 표현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김)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