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기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BHI. 국책사업인 원자력 분야 기술개발을 위해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다. 수년간의 기술개발로 부품 성능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져 중견기업이 돼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술개발 등 각종 지원을 하면서도 ‘덩치’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밥그릇’을 뺏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각종 차별과 규제 탓에 중소기업계에선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년간 328개 업체가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되돌아왔다.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견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상당수 중견기업이 인력조정, 기업분할 등과 같은 ‘꼼수’를 써가며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연구원 조사 결과 중견기업 규제는 100여개에 달한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신영그룹 회장)은 “기업 규모에 따라 이분법적으로 나눈 규제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매출 등 외형을 기준으로 규제 및 지원할 기업을 정하는 정책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