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왕성의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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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명왕성이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정말 경이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엊그제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우주선 뉴호라이즌스 연구를 이끄는 앨런 스턴 연구원은 “푸른 하늘은 해가 뜰 때와 질 무렵에만 잠깐 생긴다”며 감탄했다.
어둡고 추운 태양계 끝자락의 신비로운 별 명왕성(플루토·pluto)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 그 캄캄하고 차가운 별이 지구처럼 파란 하늘을 가지고 있다니! 명왕성의 하늘이 푸른빛으로 보이는 것은 빛의 산란 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 속의 붉은색 유기분자 ‘톨린’이 햇빛을 산란시켜 푸르게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가 햇빛을 산란시켜 푸른 빛을 내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
톨린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발견된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메탄과 질소 화합물이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 더 복잡한 화합물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 자체의 색상은 붉은색이나 노란색을 띠지만 명왕성의 높은 대기에서 파란색 배경을 만든다.
물론 명왕성의 하늘은 지구와 다르다. 태양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매우 어둡고 대기의 밀도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이 희박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진공 상태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지구의 하늘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해도 파란색 하늘이 보이는 천체가 태양계에 또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의문도 꼬리를 문다. 톨린이 명왕성의 지표로 내려앉아서는 붉은빛을 띤 갈색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톨린 분자들은 보통 질소와 다른 외계물질로 이뤄진 얼음에 정착한다고 한다. 명왕성의 붉은 지역에서 얼음이 발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명왕성 지표의 붉은 톨린 색료가 얼음색과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지식은 더 초라해진다. 몸집은 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매우 추워서 평균 기온이 영하 223도다.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면 대기의 물질들이 얼어붙어 지표면에 떨어지고 태양과 가까워지면 표면 온도가 올라가 이 물질들이 대기권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땀을 흘리면 몸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열을 빼앗긴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근접비행에서 찍은 사진을 지구로 보내온 양은 아직 미미하다. 우리는 ‘우주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사실 앞에서 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저 먼 별의 창공(蒼空)이 우리와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놀라운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어둡고 추운 태양계 끝자락의 신비로운 별 명왕성(플루토·pluto)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 그 캄캄하고 차가운 별이 지구처럼 파란 하늘을 가지고 있다니! 명왕성의 하늘이 푸른빛으로 보이는 것은 빛의 산란 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 속의 붉은색 유기분자 ‘톨린’이 햇빛을 산란시켜 푸르게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가 햇빛을 산란시켜 푸른 빛을 내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
톨린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발견된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메탄과 질소 화합물이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 더 복잡한 화합물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 자체의 색상은 붉은색이나 노란색을 띠지만 명왕성의 높은 대기에서 파란색 배경을 만든다.
물론 명왕성의 하늘은 지구와 다르다. 태양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매우 어둡고 대기의 밀도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이 희박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진공 상태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지구의 하늘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해도 파란색 하늘이 보이는 천체가 태양계에 또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의문도 꼬리를 문다. 톨린이 명왕성의 지표로 내려앉아서는 붉은빛을 띤 갈색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톨린 분자들은 보통 질소와 다른 외계물질로 이뤄진 얼음에 정착한다고 한다. 명왕성의 붉은 지역에서 얼음이 발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명왕성 지표의 붉은 톨린 색료가 얼음색과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지식은 더 초라해진다. 몸집은 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매우 추워서 평균 기온이 영하 223도다.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면 대기의 물질들이 얼어붙어 지표면에 떨어지고 태양과 가까워지면 표면 온도가 올라가 이 물질들이 대기권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땀을 흘리면 몸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열을 빼앗긴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근접비행에서 찍은 사진을 지구로 보내온 양은 아직 미미하다. 우리는 ‘우주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사실 앞에서 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저 먼 별의 창공(蒼空)이 우리와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놀라운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