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른 탓일까? `화장품산업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둘러 싼 논의가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이른바 `화장품산업 육성법`은 지난 1일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한 `산업경쟁력포럼 제3회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한국 화장품산업의 규제 경쟁력 현황 및 제고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보건복지부 배병준 보건산업정책국장이 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현재 화장품을 규율하는 법규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의 `화장품법`이 있다. 하지만 화장품법은 제조·판매업자 등록, 안전성·유효성 심사, 표시·광고에 대한 규율 등 대부분 규제 조항으로 이뤄져있다.



법 제33조가 화장품산업 지원에 관한 조항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다. `한의학육성법`이 있는 한의학, `제약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제약산업과 비교해 화장품산업은 육성·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국내 화장품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규모가 9조원 남짓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생산증가율이 12.2%에 이른다. 특히 수출증가율은 5년 평균 32.6%에 달해 지난해 처음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또한 8월까지 수출액이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액 규모와 맞먹는 수준에 이르면서 한국 무역의 새로운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가 차원의 육성·지원에 충분한 명분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막상 정부의 법안 제정 계획이 공식화되자 날카로운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잘 나가는 산업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규제 법안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조직 확대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의견들이 그렇다.



업계의 반응 또한 미지근하다. 관련해 가장 할 말이 많을 법할 대한화장품협회조차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오가는 논의마저 엉뚱한 곳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화장품산업 육성법의 주요 내용은 정책개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기초연구 투자, 인력 양성, 해외진출 지원 등이다.



이를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을 화장품산업진흥원으로 확대·개편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계획이 공개되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여기에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육성법 자체보다는 부차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새 기관 설립에 관한 찬반의견만 시끄러운 꼴이다.



상황이 이처럼 흐르자 보건복지부도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당초 이달 내 법 조항 내용을 마무리 짓고 내년 하반기 중 법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할 필요성이 있어 계획한 일정대로 법 제정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해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9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계획이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관련한 법 근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등록 제조판매업자의 90% 이상이 연 매출 10억원이 안 될 정도로 산업 구조가 취약한데다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 집중된 수출 경로를 다른 곳으로 다각화할 필요성이 시급하며 미국, 유럽 등 화장품산업 강대국과 아직까지 엄연한 기술격차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모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최근 국내 화장품산업이 괄목할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 기반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육성책이 필요하다"며 "육성법 제정부터 운용에 이르기까지 문제로 드러나는 점은 그때그때마다 비판하고 개선점을 찾아 잘 활용하면 될 것을 해보지도 않고 좌초시키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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