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종합우승 논란보다는 기능인 사기 북돋아줘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한 선수단을 환대해주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홀대받던 기능인들이 이렇게 보상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회 결과를 놓고 기능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청년 기능인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지난 12일 울산에서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사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13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기능인 양성을 지원하는 대표기관의 수장으로서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국제기능올림픽 종합우승이라는 결과를 놓고 일부 기능인 사이에서 시비가 일고 있어서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8월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획득해 개최국 브라질(금 11개)을 제치고 대회 5연패에 성공했다. 국제기능올림픽조직위원회(WSI)에서는 대회 공식결과를 평균점수, 종합메달점수, 평균메달점수, 종합점수 등 네 개 지표로 각각 발표한다. 한국은 이들 지표 중 평균메달점수(총 메달점수를 참가 직종 수로 나눈 평균값)와 평균점수(참가국 선수가 획득한 총점을 참가 직종 수로 나눈 평균값)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브라질은 종합메달점수(메달별 점수의 총합계)와 종합점수(참가선수별 취득 점수 합계)에서 1위에 올랐다.

한 가지 기준으로 우승국을 발표하지 않는 WSI의 방침에 따라 한국위원회는 2007년 이후의 관행대로 금메달 수와 4개 지표 결과를 종합해 종합우승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2015년 대회의 종합 1위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기능인들이 기능올림픽 종합우승 여부는 종합메달점수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기능올림픽 홈페이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종합메달점수로 계산하면 브라질이 105점으로 우승국, 한국은 97점으로 준우승국이라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한국의 종합우승은 거짓’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논란에 대한 해명이 아닌 기능인의 사기”라고 강조했다.

“기능올림픽 결과를 비판하는 것도 기능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네 개 기준 중 두 개에서만 1등 했으니 우승이 아니다’고 비난하는 것보다는 ‘다음 대회에선 네 개 기준 모두 1등 하기를 응원한다’는 격려가 기능인의 힘을 북돋아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을 거쳐 지난해 8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이사장. 그는 자신이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기능인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다고 했다.

“브라질에서 나흘 밤낮을 함께한 청년들의 눈빛에서 꿈을 봤습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대학을 가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일자리를 못 구하는 현실에서 일찌감치 기능인의 삶을 택한 청년들을 응원해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길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