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방치된 강남 노른자땅 내곡동 '헌인마을' 결국 매물로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 중 하나로 꼽히는 서초구 내곡동(13만2379㎡·사진)에 고급 단독주택 350가구를 조성하는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매물로 나왔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추진했던 이 사업은 2008년 자금난으로 중단됐다. 동양건설산업과 삼부토건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자금상환이 미뤄지자 채권단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매각에 나섰다.

우리은행 외 6개 금융회사는 최근 매각공고를 내고 오는 20일까지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PF 대출채권 약 1900억원(대출원금 기준) 매각을 위한 입찰참가의향서를 받는다고 12일 밝혔다. PF 대출채권은 시행사인 우리강남PFV가 사업 추진을 위해 금융권에 토지를 담보로 빌린 자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개발사업을 통해 분양수익을 회수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미수 이자 등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며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몇몇 후보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사전심사를 거쳐 다음달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당장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낙찰자는 사업부지가 아니라 사업권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향후 복잡한 권리관계와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초 가구당 30억원 이상의 고급 단독주택과 연립주택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살아날 조짐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업성을 높이려면 가구 수를 500가구 이상으로 늘려야 하지만 시장에서 그만한 고급 주택 수요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