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1세대 화가 지석철 씨 "그림도 스토리텔링…'다큐회화' 개척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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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일 노화랑 개인전
중견화가 지석철 씨(62·홍익대 교수·사진)는 고영훈 이석주 주태석 김강용 씨와 함께 국내 극사실주의 그림(사진처럼 정교한 ‘눈속임 회화’)의 5총사로 꼽힌다. 단색조의 미니멀한 추상화가 국내외 화단에 들불처럼 유행하던 1970년대에 지씨는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극사실주의 작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는 추상화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됐지만 그는 오히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 극사실 1세대’ 작가로 분류되는 그의 작업은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즘과 동시에 출발했지만 한국 특유의 맛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극사실 화법에 다양한 스토리를 응축한 ‘다큐멘터리 회화’를 개척하고 있다.
그가 오는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주제는 ‘의자로 쓴 스토리’. 지난 10년간 미국 유럽 아시아를 여행하며 채집한 다양한 이미지와 빈 의자를 병치해 현대사회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묘사한 근작 30여점을 내보인다.
작가는 “내가 지향하는 그림은 현실과 비현실,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개념이 서로 어우러진 희망의 세계”라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따뜻함과 행복함을 주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나는 작품에 현대사회의 막연한 상실감과 고독, 불안 같은 것을 불어넣습니다. 우리 사회는 화려한 이면에 어두운 구석이 많잖아요. 눈과 손이 옮기는 정치(精緻)한 묘사력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할 뿐, 현대인의 마음 깊숙이 응어리진 불안과 부재의 상황을 폭로하고 싶습니다.”
그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즐겼던 데페이즈망(depaysement·엉뚱한 결합)기법을 활용해 대상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외줄 타는 인도 소년, 영국 브라이튼 해변의 여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전통가옥, 그리스 산토리니 달동네, 스핑크스가 내려다보는 휑한 광장 등의 작품은 마치 영화감독이 사물 하나하나에 배역을 정하고 서로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충분히 있을 것 같은 스토리를 그림으로 연출한 것이다. 특히 작은 의자를 엉뚱한 환경에 놓아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도 준다. 여기에 인공조명처럼 느껴지는 빛을 살려내 이미 사라진 시간과 공간을 실제처럼 표현했다.
지씨는 “클로즈업한 것이 실제 현실이라면 빈 의자는 관념적으로 만든 현실”이라며 “이질적인 두 요소를 대비함으로써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의자는 지금은 떠나고 없는 시간과 추억으로 저장된 존재감을 상징하는 기호입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희망찬 꿈을 앉히려 한 거죠. 관람객이 그림을 보고 지나간 시간의 소중함과 만남의 세월을 따스하게 간직하고, 꿈과 희망을 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 극사실 1세대’ 작가로 분류되는 그의 작업은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즘과 동시에 출발했지만 한국 특유의 맛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극사실 화법에 다양한 스토리를 응축한 ‘다큐멘터리 회화’를 개척하고 있다.
그가 오는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주제는 ‘의자로 쓴 스토리’. 지난 10년간 미국 유럽 아시아를 여행하며 채집한 다양한 이미지와 빈 의자를 병치해 현대사회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묘사한 근작 30여점을 내보인다.
작가는 “내가 지향하는 그림은 현실과 비현실,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개념이 서로 어우러진 희망의 세계”라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따뜻함과 행복함을 주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나는 작품에 현대사회의 막연한 상실감과 고독, 불안 같은 것을 불어넣습니다. 우리 사회는 화려한 이면에 어두운 구석이 많잖아요. 눈과 손이 옮기는 정치(精緻)한 묘사력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할 뿐, 현대인의 마음 깊숙이 응어리진 불안과 부재의 상황을 폭로하고 싶습니다.”
그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가 즐겼던 데페이즈망(depaysement·엉뚱한 결합)기법을 활용해 대상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외줄 타는 인도 소년, 영국 브라이튼 해변의 여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전통가옥, 그리스 산토리니 달동네, 스핑크스가 내려다보는 휑한 광장 등의 작품은 마치 영화감독이 사물 하나하나에 배역을 정하고 서로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충분히 있을 것 같은 스토리를 그림으로 연출한 것이다. 특히 작은 의자를 엉뚱한 환경에 놓아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도 준다. 여기에 인공조명처럼 느껴지는 빛을 살려내 이미 사라진 시간과 공간을 실제처럼 표현했다.
지씨는 “클로즈업한 것이 실제 현실이라면 빈 의자는 관념적으로 만든 현실”이라며 “이질적인 두 요소를 대비함으로써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의자는 지금은 떠나고 없는 시간과 추억으로 저장된 존재감을 상징하는 기호입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희망찬 꿈을 앉히려 한 거죠. 관람객이 그림을 보고 지나간 시간의 소중함과 만남의 세월을 따스하게 간직하고, 꿈과 희망을 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