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장품산업과 의료기기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육성법을 제·개정한다. 한류 바람을 타고 커지고 있는 수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산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육성 실무를 맡게 될 공공기관으로 화장품산업진흥원 설립도 추진한다.
○화장품·의료기기 육성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일 “현재 화장품과 의료기기산업은 규제만 있을 뿐 실질적인 정부 지원체계는 없다”며 “현행 제약산업 육성법을 개정해 의료기기까지 포함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화장품산업육성법 제정안도 이달 중 확정해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간 역량에만 의존했던 화장품과 의료기기산업을 앞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화장품산업 규모는 한류 열풍을 타고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출액이 2010년 7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8억70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현행 화장품법은 대부분 안전성 기준에 대한 규율 등 규제 위주로 구성돼 있다. 산업 진흥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이 한류 덕에 수출이 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며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화장품산업 육성을 위한 실무단체로 복지부 산하에 화장품산업진흥원 신설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등록 단체인 화장품산업연구원을 확대·개편해 정책 수행 컨트롤타워를 맡기는 방식이다. 지금은 복지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소기업청 등이 각각 산발적으로 육성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흩어져 있는 정책 기능을 체계화해 제약산업처럼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 제약산업 육성법을 제약 및 의료기기산업 육성법으로 명칭을 변경해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제약산업은 관련 법에 따라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우선 참여, 세제 혜택, 연구 자금 지원 등을 받고 있지만 의료기기는 이 같은 지원이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생기면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을 선정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나 R&D 펀드를 통한 자금 확보 등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법보다는 규제 완화가 우선”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한 화장품·의료기기산업 지형도 기술 역량이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바꾸겠다는 게 복지부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 및 제조판매업체로 등록한 업체 수는 2012년 1415개에서 최근 8125개까지 늘었다. 올 들어 세 분기 만에 전년보다 등록업체 수가 30% 급증했다. 하지만 90% 이상이 매출 10억원이 되지 않는 영세 업체다. 상위 두 개 업체가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가치 창출 없이 덩치만 커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산업 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지원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 있는 규제를 개선하는 데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