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 페카 사라스테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성남아트센터 제공
유카 페카 사라스테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성남아트센터 제공
올해는 ‘오케스트라 풍년’으로 불릴 만큼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이 많다. 10월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의 이름난 방송교향악단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영국 BBC 필하모닉이 오는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이 22~2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연주회를 연다.

두 오케스트라 모두 정교하고 엄격한 연주에 단련돼 있다. 실황 중계와 녹음을 많이 하는 방송교향악단의 숙명이다. BBC 필하모닉을 이끄는 후안호 메나 음악감독(50)은 “(BBC 필하모닉) 근거지인 미디어시티 연주홀 객석은 250여석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연주를 듣는 수많은 청중이 존재하기 때문에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스페인 출신인 메나는 BBC 필하모닉에 라틴 색채를 입히고, 독일 음악을 이색적으로 해석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 유카 페카 사라스테(59)는 핀란드 출신 거장으로 북유럽 정서가 짙게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래식 전문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송재영 부장은 “오케스트라가 있는 문화권과 다른 곳에서 온 지휘자들이 어떻게 하모니를 이뤄내는지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라고 말했다.

후안호 메나 BBC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후안호 메나 BBC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라틴 색채 가미한 영국 교향악단

BBC 필하모닉은 2008년 메나가 지휘봉을 잡은 뒤 색깔이 확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인풍의 색채가 가미됐다는 설명이다. 2013년 세계적 음악축제 BBC프롬스에서 연주한 파야의 ‘삼각모자’, 라벨의 ‘볼레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와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메나는 “브리튼이 20세에 작곡한 ‘심플 심포니’는 빛과 에너지로 가득하고 기교가 넘친다”며 “슈베르트의 대작 9번 교향곡과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와 협연한다.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

한국을 처음 찾는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7년 창단했다. 다양한 시대의 관현악곡을 아우르지만 브람스 등 19세기 교향악 레퍼토리와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현대음악 해석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라스테는 “현대음악을 다루는 악단 중 최고 수준”이라며 “500개 이상의 현대음악곡을 연주했고 초연한 곡도 많다”고 설명했다.

사라스테는 토론토 심포니, BBC 심포니, 오슬로 필하모닉 등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시벨리우스 등 북유럽과 러시아 작곡가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카이야 사리아호, 마그누스 린드베리 등 스칸디나비아 작곡가들의 음악을 주요 콘서트 레퍼토리로 격상시켰다. 그는 “핀란드에서 북유럽 작곡가 작품에 둘러싸여 자랐기 때문에 연주 스타일에 그런 정서가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이 오케스트라의 대표 레퍼토리인 브람스 교향곡 전곡(1~4번)을 연주한다. 사라스테는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역사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며 “소중히 여기는 브람스 교향곡을 한국 음악팬 앞에서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