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국내 대학들의 세계대학평가 순위 하락엔 중국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부터 비중이 늘어난 서베이(survey) 방식 평판조사에 중국 대학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자국 대학을 높게 평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대학들 순위가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서의호 한국대학랭킹포럼 대표(포스텍 교수·사진)는 5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표된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 세계대학평가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한국 대학들의 부진은 평가 방법과 기준이 달라진 게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순위 추락을 국내 대학의 경쟁력 저하 때문으로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THE 평가보다 불과 2주 전 발표된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QS 평가에선 서울대 36위, KAIST 43위, 포스텍 87위 등 국내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THE 평가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서 대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THE 월드랭킹 서밋(summit)’에 참석했다. 바뀐 평가 방식의 의미와 영향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THE 세계대학순위 상위 800곳의 지역별 분포. / 출처= THE 홈페이지
THE 세계대학순위 상위 800곳의 지역별 분포. / 출처= THE 홈페이지
서 대표는 국내 대학들의 THE 평가 순위가 추락한 핵심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각국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한 평판조사의 지역별 비중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THE는 이번에 미국·유럽의 평판조사 비중을 기존 70%에서 50%로 줄이고 아시아를 33%까지 늘렸다. 아시아 비중을 높여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다. 중국 교수들이 조사에 대거 참여해 자국 대학을 선택한 영향으로 오히려 한국 대학들 순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주관적으로 어느 대학이 좋은지 묻는 평판조사엔 맹점이 있다. 조사 참여 교수들이 소속 대학을 꼽고 경쟁 대학은 일부러 뽑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학들 순위 하락에 중국발 영향이 컸다는 건 이런 맥락이다.

연구력 관련 지표인 논문 인용도(citation) 보정작업이 대폭 축소된 것도 악재였다. 예를 들어 비영어권 연구자는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면 영미권 연구자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같은 몇몇 맹점 때문에 논문 인용도에선 ‘국가별 정교화(country normalization)’ 명목의 점수 보정작업이 이뤄졌는데, 올해 평가부터 크게 축소됨에 따라 국내 대학들이 타격을 입었다.

서 대표는 평판조사의 보완책으로 “조사 참여자가 자신의 소속 대학은 택하지 못하게 하고 순위 1~100위, 101~200위 등 다른 구간에 속한 대학이 서로 교차평가 하는 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THE 평가담당자도 그의 의견에 좋은 아이디어란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체 평가 점수의 33%에 달하는 비중 역시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서 대표는 “평판도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평가 자체의 객관성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평판조사 비중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적정 수준은 20% 정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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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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