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파고를 넘어 도약하는 금융사] 빅데이터로 똑똑해진 카드, 핀테크시장 주도권 잡는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상품 거래 시 현금을 대체하면서 주된 소액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약 54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가 주요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업계 카드사의 총자산도 지난해 기준 약 92조2000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핀테크(금융+기술) 열풍과 더불어 모바일카드 등 다양한 형태의 결제 방식이 등장하면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카드업의 성장 둔화 및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그동안 결제시장을 주도해 온 신용카드업계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핀테크 시장 열려

카드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핀테크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결제시장을 주도해 온 신용카드업계도 지급결제시스템의 대변혁기를 맞아 새로운 결제 채널 개발과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에 직면한 셈이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을 필두로 비(非)금융회사들이 지급결제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전업계 카드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모바일카드를 출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한 분야는 빅데이터다. 카드사들은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성 마케팅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CLO(card linked offer)’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카드가 작년 4월 링크(LINK)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신한카드의 샐리(Sally), KB국민카드의 스마트오퍼링, 롯데카드의 노크 등의 CLO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그 자체를 ‘코드나인(Code9)’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를 시도해 관심을 끌었다.

○체크카드 수익률 하락

정부는 소비 지출을 늘려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1999년부터 신용카드 확대정책을 실시했다. 건전한 소비문화 확산과 투명한 세원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문제는 카드사의 호황과 더불어 과열된 업계 분위기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는 점이다.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체크카드 권장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총 6회에 걸쳐 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취지로 소득공제 기준을 변경하는 등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펼친 결과 체크카드 이용금액은 2005년 8조원 수준에서 작년엔 약 113조원까지 급성장했다. 올해 체크카드 사용액은 약 130조원으로 예상되고, 2016년에는 140조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작년 1분기 체크카드 발급 수가 처음으로 신용카드 발급 수를 초과했다. 문제는 체크카드는 현금서비스 등 대출 기능이 없고, 가맹점 수수료율도 신용카드에 비해 낮다. 또 카드사 간 경쟁 심화로 캐시백 등 부가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체크카드 사용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영업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핀테크 외에도 부수업무 확대, 자동차금융시장 진입, 해외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자동차 할부에 이어 장기렌터카시장까지 진출했고, KB국민카드·우리카드·삼성카드·롯데카드 등도 자동차 할부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카드사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카드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카자흐스탄에서 지난 7월 할부금융 영업을 시작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을 확정했다. 비씨카드는 중국 유니온페이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만디리은행과 신용카드 프로세싱사 설립에 합의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