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년 상반기 첫 삽 뜬다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서울대 시흥캠퍼스(글로벌캠퍼스)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첫 삽을 뜬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달 중순 시흥시에 “2018년 시흥캠퍼스 개교를 목표로 내년 상반기 착공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7월 성낙인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 일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의 공문 발송은 시흥시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그간 시흥시는 주민에게 서울대 캠퍼스 조성사업을 확정짓는 실시협약 체결 시한을 ‘9월 말’로 알려왔다. 그런데 서울대의 내부 논의 절차 지연으로 9월 중 실시협약 체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향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그간 서울대는 9월 중 실시협약을 체결하겠다는 식의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면서도 “학내 진행 상황과 논의 절차 등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착공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문에 대해 시흥시는 “서울대가 캠퍼스 조성사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흥시 관계자는 “서울대가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못박았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한다”며 “연말에는 실시협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배곧신도시에 66만㎡(약 20만평)의 글로벌캠퍼스와 교육의료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09년 서울대와 시흥시가 캠퍼스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지난해 3월에는 지역특성화사업자인 (주)한라와 ‘아파트 분양수익금 4500억원 무상 제공’, ‘8개월 내 실시협약’ 등의 내용을 담은 부속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성낙인 총장이 새로 취임한 뒤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실시협약 체결이 계속 미뤄졌다.

서울대의 공문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문에 실시협약 체결 시기 등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예산 확보 등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서울대가 내년 4월 총선 때까진 실시협약 체결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시흥캠퍼스 추진을 위한 이사회 차원의 소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당초 결정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 논의를 주도하는 경우 사업 추진 과정이 외부 입김에 휘둘리는 등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성 총장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