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성장으로 달려간 농어촌 의원들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추석 연휴가 지난 뒤 1일 후반부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국회 본청 앞에 자리를 깔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위한 선거구 재획정 작업이 끝나면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다.

‘한 해 농사의 결실’로 비유될 만큼 의정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정감사를 제쳐두고 지역구 사수 농성을 벌이는 것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 여론이 나온다.

이날 농성장을 지킨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이를 의식한 듯 “농성은 계속 이어가되 국감 오전 질의를 하고 오후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당번제로 나눠 농성에 참여하겠다”며 “국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농어촌 의원들이 후반부 국감 첫날부터 농성을 강행한 것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시한(지난 8월31일)을 마감한 뒤 그 기간을 11월로 연장했지만 선거구 통폐합 문제에 대한 묘책을 내놓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추석 연휴기간 머리를 맞댔으나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놓고선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현실적으로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려면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등 야권에선 반대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농성에 참여한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전북 남원·순창)은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의석 수를 줄이면 안된다는 주장을 펴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의원 증원이 ‘물 건너간’ 만큼 비례대표 수를 줄이든지, 농어촌 의석 수를 줄이든지 정치권은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선거구획정 국회의결시한(11월13일)도 코앞에 다가왔다. 출마 기회는 고사하고 ‘자신의 선거구도 못 지킨 의원’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는 의원들의 집단 저항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여야 정치권의 문제 해결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