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영우 수석대변인으로부터 보고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영우 수석대변인으로부터 보고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참고 참고 또 참는 데 한계가 있다. 토론은 열띠게 하되 상대방을 모욕하는 등의 말은 자제해달라.”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처음부터 격앙된 어조로 자신에 대한 친박근혜(친박)계의 비판에 맞섰다.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제를 활용한 국민공천제를 두고 최고위원 회의와 의총 등에서 친박계와 김 대표는 날카롭게 대립했다. 청와대가 침묵을 깨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제동을 걸면서 여권 내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총선 공천룰이 김 대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박계 지도부가 주도하는 판을 흔들고, 김 대표의 공천권 독식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김 대표가 공천 쿠데타를 하려 한다” 등의 거센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당내 친박계도 이날 의총에서 김 대표의 합의 과정과 안심번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서며 “(2012년) 19대 총선의 ‘친노(친노무현) 몰이’용 공천룰이 재포장된 게 안심전화다. 실패한 친노의 룰을 사용한다는 건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역선택의 문제점이 해결되지도 않고, 노인과 정치 무관심층의 참여가 저조해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며 “당의 주인인 당원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해 심판을 받고 정당이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정당정치, 책임정치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비박계의 반격도 거셌다. 정두언 의원은 “이번 공천제 논란은 국회가 권력(청와대) 눈치만 보는 후진적 거수기 국회로 남느냐, 선진적 민주 국회로 바뀌느냐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잇따른 공격에 김 대표는 강하게 맞섰다. 국민참여식 공천제에 대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께서도 똑같은 공약을 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며 친박계와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야당의 기법이라는 지적에는 “우리 당도 재보궐 선거, 원외당협위원장 선거 등에서 도입한 제도”라고 반박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집권 여당 대표를 청와대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비판하면서 어떻게 당청관계를 얘기할 수 있느냐”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 재차 못 박았다.

의총 막판에는 몇몇 의원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성태 의원은 김 대표를 비판했던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아픔을 안고 당신들을 추대했는데 분란을 조장하느냐”며 “단상에 올라가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 등이 “그만하라”고 했고, 조 수석부대표는 “자신 있으면 한판 붙자”고 맞받아쳤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