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노동·금융시장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30일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40개국 가운데 26위였다.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해와 같은 순위다. 평가는 각국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한국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로 올라선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2013년부터는 25~26위에 머물러 있다. 이웃 일본(올해 5위)은 물론 대만(15위), 말레이시아(18위)보다도 뒤처졌다. 올해 1위는 스위스, 2위는 싱가포르, 3위는 미국이다.

분야별로는 거시경제 환경(7위), 기업혁신(22위)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반면 노동·금융시장의 비효율성은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4대 구조개혁 과제 일환으로 노동 및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노동시장 효율성이 83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항목별로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고용 및 해고 관행’이 작년 106위에서 9계단 떨어진 115위로 조사돼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임금 결정의 유연성’도 58위에서 66위로 하락했다. 금융시장 성숙도 역시 순위가 80위에서 87위로 낮아졌다. ‘대출의 용이성’(119위) ‘은행 건전성’(113위) 등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았다. 금융시장 순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 미만인 우간다(81위), 르완다(28위)보다도 낮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각국 기업인의 만족도 조사인 만큼 국가 간 객관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금융서비스 가격은 적당한가’라는 물음에 한국 기업인들이 ‘매우 부정적’(1점)이라고 응답하고, 우간다 기업인들은 ‘매우 적정’(7점)으로 답했다면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경제계 관계자는 “다른 국가와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한국 기업인들이 국내 노동·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주완/박동휘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