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과 IT의 융합) 기업 등 비(非) 금융회사들도 금융규제 완화를 위한 건의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여러 업권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규제도 풀 수 있도록 집단 비조치의견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0일 금융회사 실무자와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가진 ‘비조치의견서 내실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비조치의견서가 시장과 금융당국 간 상호 소통채널로 자리잡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조치의견서란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를 취할 지 여부를 금융당국에 묻고, 이에 대해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올해에만 지난달 말까지 84건이 접수됐다. 모바일앱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가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허용되는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계좌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모바일로 계좌잔액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비조치의견서 덕분에 도입됐다.

하지만 금융회사 일선에선 ‘진짜 제재받지 않는 거냐’는 등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딴 말 나오지 않도록 법규를 살펴보느라 각 회사별로 법무팀이 가장 분주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익명신청도 가능하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이날까지 금융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행정지도의 효력‧제재여부 등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취합해 연내 일괄 회신하기로 했다. 제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꺼번에 해소하자는 취지에서다. 내년부턴 반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다.

비조치의견서의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 뿐 아니라 금융권 진입을 준비하거나 핀테크 기술을 보유한 회사 등 금융 이용자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중소형사 등 다수의 공통된 요구를 반영한 ‘집단 비조치의견서’ 신청도 허용할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