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원자재시장] 배럴당 20弗 vs 80弗…엇갈리는 유가 전망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작년 6월을 정점으로 급락한 국제유가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지, 반등할지를 두고 석유업계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저마다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셰일오일 공급이 지속될지에 따라 판단이 갈리고 있다.

셰일오일 공급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는 쪽은 유가가 ‘V자형’으로 반등한다고 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런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저유가로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생산을 포기하게 하는 산유국의 ‘셰일 죽이기’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저유가 영향이 셰일오일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의 공급 감소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IEA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져 셰일오일 채산성이 안 맞게 됐다”며 “내년 셰일오일 생산량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9%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기관은 이에 따라 조만간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은 연내 유가가 배럴당 55달러를 회복한 뒤 해마다 5달러씩 상승해 2020년까지 80달러에 이를 것이며, 이후 90달러대도 가능하다고 내부 보고서에 적었다. 글로벌 IB 중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제프리스뱅크 등도 유가가 ‘V자형’으로 반등해서 2~3년 내 배럴당 60~70달러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셰일오일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고 보는 쪽에서는 공급 과잉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가 몇 년 뒤에도 50달러 아래에 머무는 ‘L자형’을 나타낼 것이란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재고가 늘어나는 10~11월께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아직 바닥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또 공급 감소분이 과잉을 해소할 정도가 아니어서, 장기적으로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0년간 석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이뤄졌고 이제는 생산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라며 “향후 15년간 저유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