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 대기업만 쳐다보는 국민연금의 기형적 투자…"과식 넘어선 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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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사 대주주로 등재…실적 부진에 수익률 '휘청'
글로벌 비중 2% 국내증시에 주식투자자금 60% '몰빵'
특정 업종 전망 안좋아도 받아줄 곳 없어 팔지도 못해
국내산업 재편에 맞춰 새 투자전략 모색해야
글로벌 비중 2% 국내증시에 주식투자자금 60% '몰빵'
특정 업종 전망 안좋아도 받아줄 곳 없어 팔지도 못해
국내산업 재편에 맞춰 새 투자전략 모색해야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글로벌 증시 상승세로 해외 주식 보유 가치가 오르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해외 주식의 투자제한 범위(전체 자산의 13%)를 넘어설 상황에 봉착했다. 해가 바뀌어 추가 상승을 기대할 종목이 많았지만 열흘 동안 1조원어치가 넘는 해외 기업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런 움직임을 국내 주식시장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국민연금 관계자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손을 저었다. 국민연금이 단기간에 1조원의 물량을 쏟아내면 시장은 패닉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 투자수익률 -5%”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2%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자금의 60%를 국내에 쏟아붓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은 100조원 안팎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가 ‘소화 능력을 벗어난 과식을 넘어 폭식’으로 치닫고 있다”(이찬우 국민대 교수)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278개 기업의 5% 이상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지분율이 너무 높아 주식을 더 사기도 부담스럽고, 보유 물량을 받아줄 곳도 없어 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계속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갖춘 대기업 주식만 사들이는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부쩍 잦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주요 대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국민연금은 기관투자가 수익률 부문에서 국내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금의 절반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 운용사에 위탁한다.
외부 위탁 자금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200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어 일부 중소형주 투자가 가능하다. 이 위탁 부문은 올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직접 운용하는 나머지 절반의 자금은 대기업 중심의 ‘코스피200지수+배당수익률’을 추종하도록 돼 있다. 이 부문의 수익률은 -5% 선에 달했다. 대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시장 전체 평균에 비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예민하게 수익률을 좇아야 할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무거워진 또 하나의 이유는 보유 중인 대기업 주식을 받아줄 투자자들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국민연금은 증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특정 업종의 실적 전망이 나쁘다고 섣불리 지분을 매각하기가 어렵다”며 “기업들도 국민연금 지분의 시장 출회와 고배당 요구 가능성 등을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전면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 수익률 기준인 ‘벤치마크 지수’로 코스피200지수만을 고집하지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주력 업종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화장품 바이오 등의 업종에서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기업이 부상하는 만큼 새로운 벤치마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벤치마크는 2006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국민연금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최근 내부에 2개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한 TF는 벤치마크에 문제점은 없는지, 이를 제대로 추종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보고 있다. 또 다른 TF는 국내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결권 행사 논란이 불거지고 제조업 전반의 실적이 나빠지자 국민연금도 대기업 편중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좌동욱 기자 kgb@hankyung.com
“대기업 투자수익률 -5%”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2%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주식투자 자금의 60%를 국내에 쏟아붓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은 100조원 안팎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가 ‘소화 능력을 벗어난 과식을 넘어 폭식’으로 치닫고 있다”(이찬우 국민대 교수)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278개 기업의 5% 이상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지분율이 너무 높아 주식을 더 사기도 부담스럽고, 보유 물량을 받아줄 곳도 없어 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계속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갖춘 대기업 주식만 사들이는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부쩍 잦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주요 대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국민연금은 기관투자가 수익률 부문에서 국내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금의 절반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 운용사에 위탁한다.
외부 위탁 자금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200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어 일부 중소형주 투자가 가능하다. 이 위탁 부문은 올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직접 운용하는 나머지 절반의 자금은 대기업 중심의 ‘코스피200지수+배당수익률’을 추종하도록 돼 있다. 이 부문의 수익률은 -5% 선에 달했다. 대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시장 전체 평균에 비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예민하게 수익률을 좇아야 할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무거워진 또 하나의 이유는 보유 중인 대기업 주식을 받아줄 투자자들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국민연금은 증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특정 업종의 실적 전망이 나쁘다고 섣불리 지분을 매각하기가 어렵다”며 “기업들도 국민연금 지분의 시장 출회와 고배당 요구 가능성 등을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전면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 수익률 기준인 ‘벤치마크 지수’로 코스피200지수만을 고집하지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주력 업종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화장품 바이오 등의 업종에서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기업이 부상하는 만큼 새로운 벤치마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벤치마크는 2006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국민연금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최근 내부에 2개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한 TF는 벤치마크에 문제점은 없는지, 이를 제대로 추종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보고 있다. 또 다른 TF는 국내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결권 행사 논란이 불거지고 제조업 전반의 실적이 나빠지자 국민연금도 대기업 편중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좌동욱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