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매출 5배 성장, 사장님 없는 '자유로운 조직 문화'가 경쟁력
지난 8월 17일부터 시작한 대표 O2O 서비스 얍의 TV CF다. 사용자가 필요한 혜택을 찾기 전에 ‘먼저 알려주고’ 정글에서도 유용할 만큼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얍 서비스의 특성을 잘 풀어냈다. 재미와 함께 제품의 특징을 콕콕 짚어낸 이 광고를 제작한 주인공은 종합 광고대행사 ‘양유’다. 그런데 양유에서 이번 ‘얍’ TV CF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이유는 따로 있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가 지상파 TV광고에 진출한 국내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사장님’도 없이 디렉터 4명과 직원 40여 명이 함께 이끌어 가는 독특한 회사. 광고 업계에서는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소규모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양유는 이번 지상파 TV 광고 진출을 비롯해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블루칩’으로 주목 받고 있다. 양유를 이끌고 있는 4명의 디렉터 중 한 명인 현정운 디렉터를 만나 독특한 양유의 기업 문화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국내 최초 디지털 마케팅 업체 TV 광고 진출
지난 7월부터 방영된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얍’ 편. 서태평양 캐롤라인제도에 자리한 ‘얍’이라는 이름의 섬에서 진행된 정글의 법칙 촬영은 ‘얍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PPL이었다. 이와 함께 얍 서비스에 ‘YAP@정글의 법칙’ 가상 매장을 열고 얍의 주요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현 디렉터는 “ATL(신문·방송·라디오·잡지 등 전통적인 4대 매체를 통한 광고)과 BTL(이벤트·프로모션·온라인 마케팅 등을 통한 광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얍’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보다 재미있고 명료하게 알릴 수 있는 광고 기획이 양유의 강점”이라며 “특히 디지털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지상파 TV 광고에 진출한 것은 국내 최초이다 보니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 디렉터는 양유에서 이와 같은 기획이 가능한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바로 ‘사장이 없는 독특한 경영 구조’와 ‘창의적인 기업 문화’다. ‘사장’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양유는 올해로 설립 15년을 맞은 회사다. 양유가 지금과 같은 독특한 경영 구조를 갖게 된 것은 2012년부터다.
“현업에서 오랜기간 일해온 전문가들인 디렉터들이, 마케터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터가 즐거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됐고 그 뜻에 동의하는 디렉터 3명이 모여 회사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현 디렉터를 포함해 4명의 디렉터가 공동경영을 맡고 있다. 모두 현업에서 뛰고 있는 마케터들이다. 더욱이 이들 중에는 브랜드 매니저(BM) 출신이 많다. 현 디렉터는 “실제 제품을 기획하고 영업을 해 본 경험이 풍부한 만큼 제품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홍보 콘셉트와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장님이 아닌 현업에서 뛰는 마케터들이 회사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연간 단위’의 프로젝트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온라인 이벤트 위주의 단발성 프로젝트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대부분의 고객사들과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 덕분에 회사를 더욱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매출 또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3년여 만에 5배 정도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광고 업계 또한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업체들은 더하죠. 광고대행사 중 20~30%는 문을 닫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에요. 이 같은 분위기에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자신감을 주는 성과예요. ‘지금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사장님’이 없는 양유에는 과장님·부장님·대리님과 같은 일반적인 직급 체계 또한 없다. 회사의 공동경영을 맡고 있는 디렉터와 리더·매니저 3단계가 전부다. 양유가 지향하는 ‘창의적인 기업 문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3년 전 회사를 인수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회의실의 테이블을 원탁으로 바꾸는 것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적으로 아이디어를 짜오고 그걸 발표한다기보다 그냥 모여 앉아 과자 먹고 농담을 툭툭 던지다 보면 그런 것들이 모여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하곤 하거든요.”
사장님 없이 ‘마음껏 노는’ 회사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CJ의 ‘헛개수’ 자판기다. 사람이 자판기 안에 들어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다양한 미션을 준다. 누구에게는 춤을 춰 보라고 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시킨다. 이 미션을 해결하면 자판기에서 사람이 ‘헛개수’를 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짓궂고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 이벤트는 동영상으로 촬영돼 유튜브에서도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누군가 ‘사람과 기계를 섞어 보면 어떨까요’라는 농담 한마디가 씨앗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분위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현 디렉터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Plan-Do)하기보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먼저 실행하고 계획을 보완(Do-Plan)해 가는 업무 방식”을 꼽았다.
“회의 시간엔 그 누구나 그 어떤 말도 할 수 있어요. 거기에 ‘현실성이 없다’는 등등의 비판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든 일단 첫마디는 ‘좋아’로 시작하거든요. 먼저 실행해 옮겨 보고 아니면 다른 아이디어를 찾으면 그만인 거죠.”
‘놀듯이 하는’ 회의 외에도 이곳 양유의 직원들은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노는 날’ 또한 많다. 매월 말이면 전 직원들이 하루나 반나절 동안 모든 업무를 접고 다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가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맥주 파티를 갖기도 한다. 해마다 업무 기간 1년이 지나면 여름휴가나 연차 외에 ‘5일간의 리프레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짧은 기간 안에 제안서를 만들어 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것은 회사로서도 굉장히 파격적인 제도예요. 하지만 단기간 업무 성과나 매출에 연연하는 것보다 회사원들이 더 즐겁게 일하는 데 비용을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욱 이익이라는 판단이에요. 해마다 이와 같은 지원금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당연히 앞으로도 더 많은 돈을 직원들을 위해 쓸 생각이고요.”
그렇다면 현재 양유의 목표는 무엇일까. 현 디렉터는 “5년 안에 사옥을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옥을 짓고자 하는 이유 또한 당연히 ‘직원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직원들에게 아침·점심·저녁에 훌륭한 식사를 제공하고 탁아소를 회사 내부에 설치해 아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우리 회사 사무실은 모두 통유리로 돼 있는데 디렉터들이 수시로 직원들의 표정을 살펴요. 일하는 직원들이 더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니까요.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게 아닌 것 같아요. 직원들이 행복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핵심이죠.”
이정흔 기자 vivai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1033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