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급변하는 세상, 농부보단 사냥꾼 마인드가 성공 이끈다
1980년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국 브리태니커에 사람들이 학습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백과사전을 CD-ROM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브리태니커는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소수만이 컴퓨터를 보유한 상황에서 기존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S는 대신 펑크앤드웨그널스라는 작은 백과사전 회사를 인수했다. MS가 몇 년 뒤 내놓은 CD-ROM 백과사전 엔카르타는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백과사전’으로 불릴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MS는 2000년대 인터넷 시대가 왔지만 엔카르타를 CD-ROM 형태로만 판매하길 고수했다. 브리태니커가 PC와 공유하길 거부했듯이, MS는 인터넷과 공유하는 것을 꺼렸다. 바로 이 상황에서 위키피디아라는 새로운 백과사전 모델이 등장했다. 아마추어들이 집단적으로 콘텐츠를 형성해가는 방식이었다. 위키피디아는 급속히 성장했고 가장 유명한 웹사이트 여섯 곳 중 하나가 됐다. 엔카르타는 양장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최고 필름업체였던 코닥, 휴대폰 강자 노키아, 대규모 비디오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 등 과거 방식에 연연하다가 몰락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성공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특정한 분야에 성공하고 나면 선두의 위치를 지키려고만 애썼다. 리스크를 회피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완벽한 목표만 지향하려고 했다. 혁신가들의 집합소인 트렌트헌터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레미 구체는 《어제처럼 일하지 마라》에서 혁신적인 발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좋은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빨리 잡아채고 실행에 옮기는가가 앞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회에는 결합, 일탈, 순환, 방향 전환, 단순화, 극대화라는 6개의 핵심 패턴이 존재한다”며 “이들 패턴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는 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페이스북이 수많은 소셜 미디어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살아남은 비결을 ‘일탈’이라는 특징으로 요약한다. 페이스북은 주류 소셜 미디어의 패턴에 역행하는 특징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바로 ‘공유할 대상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주목한 이런 특징에서 한발 더 나아간 서비스도 있다. 사진을 일시적으로만 공유하게 하고 사라지게 하는 스냅챗이다.

‘액션 카메라’라는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킨 고프로는 단순함의 힘을 극대화해 성공했다. 이 카메라는 영상을 미리 볼 수 있는 뷰파인더도 없고 렌즈도 추가할 수 없다. 버튼도 파워버튼과 옵션버튼 두 개만 있다. 하지만 강력한 방수 기능과 내구성으로 스포츠 마니아를 사로잡았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의 성능을 극대화해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보석 중 하나였지만 사랑의 징표란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이는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카르텔인 드비어스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방향 전환’ 성공 사례다.

농부는 계절에 따라 같은 일은 반복한다.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수확한다. 이런 정해진 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 이런 종류의 반복은 오늘날 기업활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이 성공을 거두면 규칙, 절차, 정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기에 ‘유능한 농부’는 준비가 미숙한 상태로 남아있기 십상이다. 저자는 “지금은 농부 마인드에서 사냥꾼 마인드로 바꿔야 살아남는 시대로, 어제처럼 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열심히 일하지 말고 똑똑하게 일하라”고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