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꽃은 초선’이라는 말이 있다. 치밀한 자료와 논리력으로 무장한 일부 초선 의원들이 피감 기관들을 쩔쩔매게 하는 맹활약을 하면서 생긴 말이다. ‘5공 청문회 스타’인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13대 국회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18대와 19대에서도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군 정치사찰 의혹, 휴전선 경계태세 문제 등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9대 마지막 국감에서는 ‘패기 넘치는 초선’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구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초선들의 마음이 모두 ‘콩밭(내년 총선)’에 가 있기 때문이다.

국감이 한창이지만 각 의원실은 보좌 인력이 지역구로 차출돼 한산하기까지 하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올해 국감은 나 혼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역구를 챙기기 위해 의원실 보좌직원 대부분을 외부로 돌린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도 국감보다는 지역구에서 발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 직업인, 직능단체 대표들이 주류를 이룬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감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도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양당 모두 현직 비례대표 의원 대부분이 내년 출마할 지역구를 미리 점찍어 놓고 지역구 의원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추석 연휴는 지역구 민심을 챙길 수 있는 기회다. 국감 일정이 연휴를 전후로 나뉘어 열린 것도 ‘맹탕 국감’의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영리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은 국감 모니터 보고서에서 “정책담당 보좌관이 국감 준비를 근무경력이 짧은 인턴 직원에게 맡기고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는 등 지역구 관리를 위해 국회를 비우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감은 ‘한 해 농사의 결실’로 비유될 만큼 의정활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1인 헌법기관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이면서 국민에게 엄정한 평가를 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런 국감을 내팽개치고 지역구에서 유권자들과 악수 등 ‘스킨십’이나 하려는 의원들을 유권자들이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