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통일되면 개발 ‘0순위’…新수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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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남북의 긴장 관계가 해소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필두로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같은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적 조치를 제외하면 남북 간 협력 사업은 거의 대부분이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남북의 긴장 해소가 그만큼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는 방증이자 남북 모두 경제 살리기가 핵심 정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통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조봉현(51)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게 남북 접경 지역의 경제적 가치와 전망에 대해 물었다. 조 위원은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개성공단기업협회 자문위원, 전경련 통일경제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는 통일 경제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민통선 지역이 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언제부터인가.
“민통선 지역은 오랜 기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보니 사실상 농축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지역이다. 살고 있는 주민들도 오래전부터 거주했던 농민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5년 전만 해도 개발 같은 건 생각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다.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자 자연스럽게 개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다.”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남북 관계가 막히고 개발 기대가 사라진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긴장 관계는 여전하지만 통일이라는 화두가 국민들의 피부에 좀 더 가깝게 와 닿고 있다. 민통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도 그런 변화를 실감하고 있나.
“지역 내의 사정은 좀 다르다. 말 그대로 통제된 구역이다 보니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농사짓는 데도 각종 규제가 따른다. 축사도 마음대로 짓지 못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바로 판매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 출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북 전단지를 살포할 때는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밖에 나가 일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민통선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민통선은 한반도의 중심, 즉 허리에 해당한다. 분단 이전만 해도 지역 간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던 지역이다.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한국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의 분점이 연천에 있었다. 분단 이전에는 연천 등 접경 지역이 남북 교류의 중심지였다. 통일이 되면 이 지역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 당연하다. 부동산 관점에서 봤을 때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이 아닐까 싶다. 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개발될 것인가인데, 당장 통일이 됐다고 상상해 보자. 평양이나 신의주를 개발하겠나, 아니면 현재의 수도권 인접 지역부터 개발하겠나. 답은 빤하다. 통일 이후의 개발은 접경 지역의 산업 개발부터 시작해 주택 개발 등으로 이어진 후 점차 북쪽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 전력 수급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북한에서 자유롭게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은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실제 투자 목적의 매매 사례가 있나.
“군 작전지역은 개발이 어렵다. 그런 지역은 땅값이 시세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개발 제한이 해제되면 최소 2배는 오른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투기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이 기업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통 단지 조성 등 미래 산업 관점에서 투자하는 식이다. 남북 협력이 활발해지면 물자 교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어딘가에는 이를 뒷받침할 물류 창고가 있어야 한다. 파주까지 내려오면 지가가 너무 비싸 민통선 내에 부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일부 사례지만 자연 휴양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토지를 사들이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유망 지역을 꼽는다면.
“국토 개발은 기존 도로를 확장하고 넓혀 나가는 게 순리다. 그도 아니면 막혀 있던 곳을 다시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철도는 경의선(서울~개성~평양~신의주) 라인이 유망하다. 이번에 복원 공사에 들어간 경원선(서울~원산) 인근 지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파주를 거쳐 금강산과 원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통일 이후에는 철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자유로를 통해 개성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통일 이후 장단을 거쳐 북쪽의 철원까지 계속 도로가 연결될 것으로 본다.”
이야기를 들으니 파주나 판문점 지역 등이 유망할 것 같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통일 이후 행정수도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세종시를 통일 이후에도 수도로 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물론 서울도 유력하지만 남한 위주의 통일을 기정사실로 볼 때 새로운 수도로의 천도가 북한 주민들의 반발을 가라앉힐 수 있는 주요 요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평양이 될 수도 없지 않겠나. 그러면 제3지대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결국 가능성이 높은 곳은 개성·파주·판문점 등을 중심으로 한 민통선 지역이다.”
남북 통합 과정의 부작용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인가.
“남북 간 경제 격차는 42배에 달한다. 통일돼도 통합 과정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 지역 경제·산업의 자생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린 후 통합 과정을 거쳐야 완전한 경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그 지역적 중심지가 민통선 지역이 될 것이다. 이곳에 산업 단지나 거주 지역을 만들면 대량 탈북 사태도 막을 수 있고 자생력을 갖추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투자 리스크가 그 어떤 지역보다 큰 곳이기도 하다.
“개발이 쉽지 않으니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땅값이 저렴한 게 사실이다. 지가 자체가 낮으니 투자적 관점에선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바로 민통선 지역이다. 이번처럼 군사적 긴장 상태가 조성되면 가장 먼저 통제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제한되면 토지 매매 자체가 위축되며 지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 투자로는 재미 보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민통선 지역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개인적으론 1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으로 보지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 후에도 장기간 방치할 수밖에 없다면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게 맞다. 막상 통일돼도 부동산 거래에 제한을 둘 가능성도 있다. 대량 탈북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적절한 통제를 위해선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놓아야 한다.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묶어 둘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이슈는 환경이다. 비무장지대(DMZ)가 대표적이다. 개발이 묶인다는 것은 투자 관점에선 분명 리스크다. 단순하게 시세 차익을 보는 수준의 투자는 피해야 한다. 지역 내 산업 단지, 신도시 조성 등 장기 투자처로 접근하는 게 맞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1032호 제공 기사입니다>
민통선 지역이 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언제부터인가.
“민통선 지역은 오랜 기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보니 사실상 농축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지역이다. 살고 있는 주민들도 오래전부터 거주했던 농민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5년 전만 해도 개발 같은 건 생각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다.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자 자연스럽게 개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다.”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남북 관계가 막히고 개발 기대가 사라진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긴장 관계는 여전하지만 통일이라는 화두가 국민들의 피부에 좀 더 가깝게 와 닿고 있다. 민통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도 그런 변화를 실감하고 있나.
“지역 내의 사정은 좀 다르다. 말 그대로 통제된 구역이다 보니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농사짓는 데도 각종 규제가 따른다. 축사도 마음대로 짓지 못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바로 판매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 출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북 전단지를 살포할 때는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밖에 나가 일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민통선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민통선은 한반도의 중심, 즉 허리에 해당한다. 분단 이전만 해도 지역 간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던 지역이다.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한국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의 분점이 연천에 있었다. 분단 이전에는 연천 등 접경 지역이 남북 교류의 중심지였다. 통일이 되면 이 지역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 당연하다. 부동산 관점에서 봤을 때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이 아닐까 싶다. 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개발될 것인가인데, 당장 통일이 됐다고 상상해 보자. 평양이나 신의주를 개발하겠나, 아니면 현재의 수도권 인접 지역부터 개발하겠나. 답은 빤하다. 통일 이후의 개발은 접경 지역의 산업 개발부터 시작해 주택 개발 등으로 이어진 후 점차 북쪽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 전력 수급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북한에서 자유롭게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은 개성공단이 유일하다.”
실제 투자 목적의 매매 사례가 있나.
“군 작전지역은 개발이 어렵다. 그런 지역은 땅값이 시세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개발 제한이 해제되면 최소 2배는 오른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투기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이 기업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통 단지 조성 등 미래 산업 관점에서 투자하는 식이다. 남북 협력이 활발해지면 물자 교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어딘가에는 이를 뒷받침할 물류 창고가 있어야 한다. 파주까지 내려오면 지가가 너무 비싸 민통선 내에 부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일부 사례지만 자연 휴양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토지를 사들이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유망 지역을 꼽는다면.
“국토 개발은 기존 도로를 확장하고 넓혀 나가는 게 순리다. 그도 아니면 막혀 있던 곳을 다시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철도는 경의선(서울~개성~평양~신의주) 라인이 유망하다. 이번에 복원 공사에 들어간 경원선(서울~원산) 인근 지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파주를 거쳐 금강산과 원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통일 이후에는 철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자유로를 통해 개성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통일 이후 장단을 거쳐 북쪽의 철원까지 계속 도로가 연결될 것으로 본다.”
이야기를 들으니 파주나 판문점 지역 등이 유망할 것 같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통일 이후 행정수도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세종시를 통일 이후에도 수도로 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물론 서울도 유력하지만 남한 위주의 통일을 기정사실로 볼 때 새로운 수도로의 천도가 북한 주민들의 반발을 가라앉힐 수 있는 주요 요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평양이 될 수도 없지 않겠나. 그러면 제3지대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결국 가능성이 높은 곳은 개성·파주·판문점 등을 중심으로 한 민통선 지역이다.”
남북 통합 과정의 부작용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인가.
“남북 간 경제 격차는 42배에 달한다. 통일돼도 통합 과정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 지역 경제·산업의 자생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린 후 통합 과정을 거쳐야 완전한 경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그 지역적 중심지가 민통선 지역이 될 것이다. 이곳에 산업 단지나 거주 지역을 만들면 대량 탈북 사태도 막을 수 있고 자생력을 갖추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투자 리스크가 그 어떤 지역보다 큰 곳이기도 하다.
“개발이 쉽지 않으니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땅값이 저렴한 게 사실이다. 지가 자체가 낮으니 투자적 관점에선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바로 민통선 지역이다. 이번처럼 군사적 긴장 상태가 조성되면 가장 먼저 통제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제한되면 토지 매매 자체가 위축되며 지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 투자로는 재미 보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민통선 지역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개인적으론 1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으로 보지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 후에도 장기간 방치할 수밖에 없다면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게 맞다. 막상 통일돼도 부동산 거래에 제한을 둘 가능성도 있다. 대량 탈북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적절한 통제를 위해선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놓아야 한다.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묶어 둘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이슈는 환경이다. 비무장지대(DMZ)가 대표적이다. 개발이 묶인다는 것은 투자 관점에선 분명 리스크다. 단순하게 시세 차익을 보는 수준의 투자는 피해야 한다. 지역 내 산업 단지, 신도시 조성 등 장기 투자처로 접근하는 게 맞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1032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