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정부가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에 출자하기 위해 확정한 내년 예산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난해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의 주된 원인을 안전불감증과 함께 국내 여객선 노후화에서 찾았다. 일본에서 20년 된 낡은 여객선을 중고로 사와 운항하는 연안여객선업계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국내 여객선도 새로 건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마련한 게 선박공동투자제도였다. 유기준 현 장관으로 이어지며 이름은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로 바뀌었다.

새 배를 건조하면 당연히 운임이 뛴다. 여객선사들은 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연안여객선 사업을 하는 63개 선사 가운데 40곳은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인 영세업체다.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가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해수부는 판단했다. 정부와 선사가 건조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새 여객선을 짓자는 것이다.

하지만 100억원으로는 세월호 크기의 새 여객선은커녕 중고도 살 수 없다는 게 여객선사들의 설명이다. 한 여객선사 대표는 “사람만 탈 수 있는 400t급 쾌속선이 100억원 정도 한다”고 했다. 세월호는 컨테이너와 차량도 실을 수 있는 6825t급이었다.

세월호 규모의 20년 된 중고 여객선만 해도 현 시세가 1250만달러(약 146억원) 정도다. 정부가 책정한 예산으론 20년 된 중고 여객선 한 척도 못 사는 셈이다.

해수부는 내년에 일단 100억원으로 시작한 뒤 내후년부터 5년 동안 기획재정부의 도움을 받아 펀드 규모를 1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다른 여객선사 대표는 “세월호보다 조금 큰 1만t급 카페리도 600억원 이하로는 건조하기 힘들다”며 “이 예산으론 5년간 세월호 규모의 여객선 두 척을 새로 짓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당초 이 예산으로 5000억원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난색을 보이자 이후 1000억원으로 줄었고, 결국 100억원이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정부라곤 믿기 힘들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