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싱글 삼성 문화 타파’와 ‘컬러풀 삼성 추구’가 변화의 골자다. 획일화된 문화를 벗어던지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자는 의지다. ‘싱글 삼성’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이후 삼성 문화의 상징이었다. ‘한 방향으로 가자’와 ‘하나의 삼성’은 삼성을 ‘빠른 추격자’로 변신시켰다. 소니와 파나소닉, 휴렛팩커드와 노키아를 따라잡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런 문화의 장점을 유지하되 창의적인 조직문화로 거듭나기로 했다. 창의의 대명사인 구글 애플 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삼성은 이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그룹 차원에서 ‘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싱글 삼성 타파 프로젝트’로도 불린다.

획일성 위주에서 창의성 중심으로

삼성이 과거 ‘싱글 삼성’을 추구한 것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사업 내용 및 전략과 연관이 깊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획, 생산, 영업 등 모든 분야의 임직원이 하나의 목표로 힘을 합쳐야 전략 제품을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었다. 획일화와 통일성이 곧 생산력과 경쟁력이었다. 싱글 삼성을 강조하며 임직원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공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대가 바뀌자 획일성과 통일성은 장점을 잃게 됐다. 장점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획일화된 조직문화의 어두운 면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소프트웨어에 강한 기업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 임직원들은 여전히 하나로 움직였다. 이건희 회장이 2011년 7월 삼성전자 사장단에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역설한 뒤, 그해 12월 삼성전자가 ‘소프트 드리븐 컴퍼니(soft driven company)가 되겠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도 조직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다양성 중시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하는 글로벌화 과정에서도 기존 조직문화는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평소 “체질부터 글로벌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국내 해외 구분하지 않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지론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조직문화와 충돌하는 사건이 나타났다. ‘하나’였던 삼성에 외국인 직원이나 인수한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자 혼란스러워하는 직원들이 생겨난 것. 당초 기대한 시너지보다는 내부 혼란이 가중됐다. 이런 부작용은 ‘이젠 정말 싱글 삼성을 버릴 때가 됐다’는 결심을 굳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싱글 삼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많은 경영진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낱낱이 파고들어 확실히 바꿀 건 바꾸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1년 이상 TF 운영…다양한 색깔 담겠다

삼성은 예전에도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2012년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C랩(크리에이티브랩) 제도’를 확산시켰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과거에 비해 유연해졌지만, 전체적인 조직문화는 여전히 딱딱한 편이다.

TF는 기존 조직문화의 문제점부터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기존 조직문화의 문제점 중에선 창의적 아이디어가 발현되기엔 벽이 높다는 것이 첫손에 꼽힌다.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여전하다 보니 임직원들의 좋은 의견이 상품화로 연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또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에 따른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부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삼성은 조직문화 개선 TF를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단기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싱글 조직문화 타파는 기본이고 한층 더 다양한 색깔을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