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영만 하기엔 걱정스러운 노사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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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위해 한걸음 내디딘 합의
'일반해고'등 핵심과제는 뒤로 미뤄
예고된 진통 우려해 후퇴해선 안돼"
권태신 < 한국경제연구원장 >
'일반해고'등 핵심과제는 뒤로 미뤄
예고된 진통 우려해 후퇴해선 안돼"
권태신 < 한국경제연구원장 >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솔론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양자에게 다 같이 유리할 때 약속을 지킨다.” 그의 말처럼 이행 과정에서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약속의 무게는 종잇장처럼 가벼워지는 듯하다. 약속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난 13일 저녁,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악수를 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일단락된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시작했으니 합의문을 도출하는 데 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 합의는 앞으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위해 크게 한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低)성과자 해고,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 등 핵심 쟁점엔 양보 불가를 외쳤던 노동계 입장을 상기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합의 내용 때문이다.
저성과자 해고 등 일반해고의 기준 및 절차 명확화와 관련해서는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노사와 전문가 참여 하에 근로계약 전반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개정의 요건 및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고 합의했다. 여기엔 단서가 달려 있다.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 실천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히 협의를 거친다는 것이다.
벌써 해석이 갈리는 듯하다. 정부는 합의를 봤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야당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내용을 강조해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 입법을 철회하라고 나서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승인한 야합이라 폄하하고 있다. 재계는 핵심 쟁점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눈치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솔론의 격언이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갈 길이 멀다. 노동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끌어내기까지 또 다른 진통도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여기에 논의가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면 과욕일까. 바로 생산성 이야기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26.6달러로 일본의 74%, 프랑스와 독일의 54% 수준이며, 미국에 비해선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임금상승 속도는 빠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4개국을 대상으로 연평균 실질임금상승률 순위를 보니 2009년엔 한국이 22위였는데 2012년에는 7위까지 뛰었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원인은 노사협상 주기에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선 노사협상 주기가 3~4년인데 우리는 매년 협상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인건비 상승 압력이 클 수밖에 없고, 결과 역시 그렇게 나타난다. 매년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파업 주기도 그만큼 짧아진다. 더욱이 노조는 갈수록 무리한 요구를 하는 느낌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해외 생산량 결정을 노조와 협의하라’고 요구한 것이 그렇고, 금호타이어 노조가 ‘파업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라’고 한 주장도 그렇다. 전자는 누가 봐도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고, 후자는 무노동 무임금 법원칙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제도 외에 노조활동 등의 관행도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약 3%, 청년체감실업률은 무려 23%다. 어둡기만 한 경제 상황과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민의 공감대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노동개혁을 위해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과정에서 경제성장률과 체감실업률 두 개의 숫자를 뒤바꿀 수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권태신 < 한국경제연구원장 >
지난 13일 저녁,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악수를 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일단락된 것이다. 지난해 9월에 시작했으니 합의문을 도출하는 데 1년이 걸린 셈이다. 이번 합의는 앞으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위해 크게 한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低)성과자 해고,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 등 핵심 쟁점엔 양보 불가를 외쳤던 노동계 입장을 상기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합의 내용 때문이다.
저성과자 해고 등 일반해고의 기준 및 절차 명확화와 관련해서는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노사와 전문가 참여 하에 근로계약 전반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개정의 요건 및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고 합의했다. 여기엔 단서가 달려 있다.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 실천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히 협의를 거친다는 것이다.
벌써 해석이 갈리는 듯하다. 정부는 합의를 봤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야당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내용을 강조해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 입법을 철회하라고 나서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한국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승인한 야합이라 폄하하고 있다. 재계는 핵심 쟁점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눈치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솔론의 격언이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갈 길이 멀다. 노동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끌어내기까지 또 다른 진통도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여기에 논의가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면 과욕일까. 바로 생산성 이야기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26.6달러로 일본의 74%, 프랑스와 독일의 54% 수준이며, 미국에 비해선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임금상승 속도는 빠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4개국을 대상으로 연평균 실질임금상승률 순위를 보니 2009년엔 한국이 22위였는데 2012년에는 7위까지 뛰었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원인은 노사협상 주기에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선 노사협상 주기가 3~4년인데 우리는 매년 협상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인건비 상승 압력이 클 수밖에 없고, 결과 역시 그렇게 나타난다. 매년 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파업 주기도 그만큼 짧아진다. 더욱이 노조는 갈수록 무리한 요구를 하는 느낌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해외 생산량 결정을 노조와 협의하라’고 요구한 것이 그렇고, 금호타이어 노조가 ‘파업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라’고 한 주장도 그렇다. 전자는 누가 봐도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고, 후자는 무노동 무임금 법원칙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제도 외에 노조활동 등의 관행도 이번 기회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약 3%, 청년체감실업률은 무려 23%다. 어둡기만 한 경제 상황과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민의 공감대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노동개혁을 위해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는 과정에서 경제성장률과 체감실업률 두 개의 숫자를 뒤바꿀 수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권태신 < 한국경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