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크게 올랐다가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더 이상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국유은행을 통해 대규모로 시장에 개입했으나 시장의 저항에 다시 밀리는 모양새다.

11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홍콩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41위안 수준으로 전날 최저치(6.3798위안) 대비 0.4% 가량 내려갔다. 앞서 지난 10일 시장에서는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6.46위안에서 6.40위안까지 빠르게 뛰어올랐다. 리 총리가 이날 오후 중국 다롄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현재 위안화 가치는 안정적”이고 “더 이상 위안화 가치를 낮출 여지가 없다”고 말한 뒤인 오후 2시30분께에는 6.37위안대까지 올라갔다.

2010년 홍콩에서 역외 위안화 거래가 허용된 이후 위안화 가치가 이처럼 단시간 내 급등한 것은 처음이다. 외신은 이날 홍콩의 위안화 거래 물량이 1개월 평균치의 10배에 달해서 중국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위안화는 중국 본토 외에 홍콩 뉴욕 런던 싱가포르 대만 등 역외에서도 거래된다. 시장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역외 위안화의 가치는 통상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본토 위안화 가치에 비해 약 1% 가량 낮게 평가된다. 중국이 지난달 위안화 평가 절하를 발표한 뒤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퍼지면서 이 할인폭은 한때 2%를 넘기도 했다.

리 총리의 발언을 전후해 위안화 가치가 급등한 것에 대해 시장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추가 절하 기대감에 쐐기를 박기 위해 중국당국이 뭐든 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이 단순히 위안화 절하 기대를 막기 위해서라기보다 위안화 고시 환율과 본토 및 역외환율 간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개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위안화의 국제통화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위안화 평가절하 쪽에 베팅하는 중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