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조7000억원(지출) 규모의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슈퍼예산이라던 올해보다 11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에 이어 적자 편성이다. 추경예산을 포함하면 총지출액은 올해보다 5.5%(20조6000억원)나 늘어난다.

예산이 이렇게 팽창하면서 국가채무도 GDP 대비 40.1%에 달하게 된다. 정부의 직접채무가 올해보다 50조원이나 증가해 위험선(GDP의 40%)을 넘어선다. GDP 대비 2.1%(33조4000억원)였던 재정적자가 내년에는 2.3%(37조원)로 더 커지면서 나랏빚은 645조원에 달하게 된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여건이 계속 불확실해지는데 나랏빚도 눈덩이처럼 자가증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급증하는 복지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올해 115조원, 내년엔 123조원이 된다. 마구잡이로 도입한 온갖 인기영합적 제도로 복지예산이 저절로 불어나는 과정에 들어섰다. 올해 예산비중은 31.8%다. 내년에 늘어나는 예산 11조3000억원 중 7조2000억원(63.7%)이 복지분야다. 자가증식 바이러스처럼 통제도 어렵다. 복지예산 때문에 전체 예산짜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다. 자식세대에 빚을 떠넘길 이 복지가 과연 얼마나 유지될까. 지금 같은 복지지출이 계속되면 2033년에는 국채로도 재정적자를 메우지 못해 남유럽 재정위기국(PIIGS)처럼 될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복지에 맞추다 보니 소위 일자리예산도 가짓수만 많을 뿐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기업살리기 예산도 보이지 않고, R&D(19조원)는 동결됐다. 이런 예산으로 정부가 예상한 3.3%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올해 성장도 3.8%에서 3.5%, 다시 3.1%로 예상치를 조정한 끝에 최근에는 2%대 전망까지 나왔다. 3.3% 성장을 전제로 세입예산을 짰으면 실제로 이를 달성할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 목표만 높이 잡은 채 복지예산에 발목 잡혀 마중물 삼을 수단이 없다. 복지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철학이나 비전도 없다. 즉흥적으로 도입한 온갖 복지제도에 억눌려 나랏빚만 늘리는 사이 ‘그리스행 열차’는 미끄러운 경사면을 구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