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노동계가 결단할 때…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타협 대상 아냐"
최경환 부총리 '작심발언'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
정부 "노동 관련법 개정안 늦어도 25일까지 국회 제출"
임박한 미국 금리인상은 경제회복 따른 정상화 과정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 앙카라를 방문한 최 부총리는 지난 5일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간담회에서 정부의 내년 예산안 국회 제출일(이달 11일) 전날인 10일을 노·사·정 합의 시한으로 제시했었다. 노사정위 합의 여부에 따라 실업급여 확대 등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 노·사·정 타협을 위해 (정부가) 무궁무진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안 됐다”며 “(노동개혁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이고 이제는 노동계가 결단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노·사·정 협상 결렬을 대비해 노동개혁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며 “늦어도 추석 연휴 직전인 25일까지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석 연휴 전에 법안을 국회에 내야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개혁 협상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에 발목이 잡혀 1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핵심 목표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4월 대타협 결렬 이후 4개월 만인 8월2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복귀로 논의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노동계와 경영계 간 견해차가 크다.
“공기업 임금피크제 연내 도입”
최 부총리는 한국노총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은)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총은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계속한다면 대화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31일 노·사·정 간사회의에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연말까지 도입하기로 정부에서 방침을 정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노동계가 4월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었지만 이제 와선 되돌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7월 말까지 12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임금 인상에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반영하기로 하면서 지난달 말에는 도입 기관이 96곳(전체의 30%)까지 늘어났다.
그는 “한국노총이 협상하지 않기 위한 명분으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들고 나왔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최 부총리는 “소수의 사람이 노동계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한국노총 지도부는) 국민이 뭘 원하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美, 점진적 금리 인상할 것”
최 부총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관련, “더욱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미국의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는 역사적으로 볼 때 1920년대 대공황 시대에나 있을 법한 정책이란 것이다.
최 부총리는 “어떤 사람들은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며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정상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스탠리 피셔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도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 금리가 올라간다고 다른 나라가 꼭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이 총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최 부총리는 “터키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고 회의장에서도 나란히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늘 만나서 대화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이게 뉴스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했다.
앙카라=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