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좁아진 승진문…기업문 두드리는 2030 경찰 간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작년 경위급 이상 76명 그만둬
민간 보험사 등에 재취업 잇따라
고위급 간부 자리 2.55%로 줄어
"처우 좋은 기업에 대한 관심 늘어"
민간 보험사 등에 재취업 잇따라
고위급 간부 자리 2.55%로 줄어
"처우 좋은 기업에 대한 관심 늘어"
지난달 젊은 경찰 간부들 사이에는 국내 5대 기업의 계열사인 A사가 화제가 됐다. 30세 안팎의 젊은 경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특별채용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사에 입사해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대 출신 직원이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중심으로 입사를 권유했다. 30세 안팎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채용 과정에서 제시된 연봉은 1억원으로 연봉 환산 기준 4000만~4500만원인 경위급의 두 배 이상이다. 파격적인 처우에 관심을 보이는 경찰 간부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기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젊은 경찰 간부들이 늘고 있다. 경찰 내 인사 적체가 심해지면서 승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기업들도 경찰 간부 특채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추세다.
경찰 간부 자진퇴직 증가세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스로 경찰 제복을 벗은 경위급 이상 경찰관은 2013년 54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9명이 경찰을 떠났다. 특히 경찰 간부 중 첫 계급인 경위급에서 올 상반기 39명, 지난해 1년간은 49명이 옷을 벗었다.
퇴직 경찰 간부 중 상당수는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5대 기업 중 하나인 B사의 중추인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에서 일하는 C씨가 대표적이다. 경감이던 그는 3년 전 이직했다. 경찰 시절 정보과에서 오래 일하며 축적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 후에도 그룹과 관련된 정보 수집 업무를 맡고 있다.
경찰대 출신인 D씨는 지난달 카드사 사내 보안 담당자로 직장을 옮겼다. 보험회사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도 경찰 출신을 선호하는 대표적 부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3명의 경찰관이 퇴직 후 민간 보험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초기 5명으로 시작한 한화생명 SIU파트는 최근 28명으로 팀원을 늘렸는데, 이 중 상당수가 경찰 출신이다.
정환섭 한화손해보험 SIU팀장은 “SIU는 교통사고 조사업무, 보험금 허위청구 등의 보험사기를 주로 다루는 만큼 교통조사계 등에서 관련 업무를 했던 경찰 출신이 유리하다”며 “이직자들도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와 나아진 소득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출신은 정보 수집에 능하면서 공무원 조직과 사회생활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필요를 대변해 공무원을 상대하는 대관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찰 출신이 많다”며 “대형 유통사 중 하나인 E사에서도 경찰 고위직 출신 임원이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는 이미 수십여명의 경찰대 출신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지는 승진 장벽이 원인
이같이 경찰 간부들이 기업으로 가는 이면에는 갈수록 높아지는 승진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총경 직급까지 승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서장을 꿈꾸는 경찰 간부들에게 인사적체는 심각한 문제”라며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들이 은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인사적체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젊은 경찰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3% 이상을 유지하던 전체 경찰 간부 중 총경 이상 고위급 간부의 숫자가 올해 2.55%로 떨어졌다. 그만큼 승진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2013년부터 변호사 특별채용을 실시해 해마다 20명을 경감으로 뽑고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경위로 경찰 생활을 시작하는 경찰대 졸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경사 계급으로 7년6개월을 재직하면 경위로 자동 승진하는 ‘경위 근속 승진제도’가 2006년 도입돼 순경 출신들의 간부 진입도 늘면서 간부 간 승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 경찰대 졸업 간부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경찰대를 졸업하면 총경까지는 당연히 진급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며 “인사구조를 감안할 때 지금은 절반 정도가 총경 진급을 하기 어렵고 승진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최근 들어 기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젊은 경찰 간부들이 늘고 있다. 경찰 내 인사 적체가 심해지면서 승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기업들도 경찰 간부 특채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추세다.
경찰 간부 자진퇴직 증가세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스로 경찰 제복을 벗은 경위급 이상 경찰관은 2013년 54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9명이 경찰을 떠났다. 특히 경찰 간부 중 첫 계급인 경위급에서 올 상반기 39명, 지난해 1년간은 49명이 옷을 벗었다.
퇴직 경찰 간부 중 상당수는 대기업과 금융회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5대 기업 중 하나인 B사의 중추인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에서 일하는 C씨가 대표적이다. 경감이던 그는 3년 전 이직했다. 경찰 시절 정보과에서 오래 일하며 축적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 후에도 그룹과 관련된 정보 수집 업무를 맡고 있다.
경찰대 출신인 D씨는 지난달 카드사 사내 보안 담당자로 직장을 옮겼다. 보험회사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도 경찰 출신을 선호하는 대표적 부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3명의 경찰관이 퇴직 후 민간 보험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초기 5명으로 시작한 한화생명 SIU파트는 최근 28명으로 팀원을 늘렸는데, 이 중 상당수가 경찰 출신이다.
정환섭 한화손해보험 SIU팀장은 “SIU는 교통사고 조사업무, 보험금 허위청구 등의 보험사기를 주로 다루는 만큼 교통조사계 등에서 관련 업무를 했던 경찰 출신이 유리하다”며 “이직자들도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와 나아진 소득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출신은 정보 수집에 능하면서 공무원 조직과 사회생활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필요를 대변해 공무원을 상대하는 대관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찰 출신이 많다”며 “대형 유통사 중 하나인 E사에서도 경찰 고위직 출신 임원이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에는 이미 수십여명의 경찰대 출신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지는 승진 장벽이 원인
이같이 경찰 간부들이 기업으로 가는 이면에는 갈수록 높아지는 승진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총경 직급까지 승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서장을 꿈꾸는 경찰 간부들에게 인사적체는 심각한 문제”라며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들이 은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인사적체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젊은 경찰이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3% 이상을 유지하던 전체 경찰 간부 중 총경 이상 고위급 간부의 숫자가 올해 2.55%로 떨어졌다. 그만큼 승진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2013년부터 변호사 특별채용을 실시해 해마다 20명을 경감으로 뽑고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경위로 경찰 생활을 시작하는 경찰대 졸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경사 계급으로 7년6개월을 재직하면 경위로 자동 승진하는 ‘경위 근속 승진제도’가 2006년 도입돼 순경 출신들의 간부 진입도 늘면서 간부 간 승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 경찰대 졸업 간부는 “불과 5~6년 전만 해도 경찰대를 졸업하면 총경까지는 당연히 진급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며 “인사구조를 감안할 때 지금은 절반 정도가 총경 진급을 하기 어렵고 승진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