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민간 경험 살려 한국의 글로벌 지위 높이겠다"
“지금까지는 한국을 평가만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한국의 글로벌 지위를 높이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신임 회장(사진)은 3일(현지시간)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그동안 민간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양국 간 기업과 금융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국과 미국의 우호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로 그동안 주한 미 대사 출신들이 관례적으로 회장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번 회장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1996년부터 20년 가까이 근무한 국제금융통이다. 지난 6월 회장으로 내정된 이후에도 지난달 중순 취임 직전까지 무디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부사장을 맡아 싱가포르에서 근무했다.

번 회장은 무디스가 1997년 11월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할 당시 핵심 역할을 맡아 당시 금융권에서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는 “한국에 외환위기는 ‘위장된 축복’이었다”며 “신흥국 중 거의 유일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체질을 성공적으로 개선시켰다”고 평가했다. 은행과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졌고, 지배구조도 개선되면서 신흥국 중 가장 탄탄한 경제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와 관련, “한국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중국 의존도가 커 영향을 비켜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여건)이 견고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통해 공공부문 부채 등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금융분야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규제 완화가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번 회장은 “지금까지 코리아소사이어티를 맡은 외교관 출신들과 달리 경제분야의 한·미 간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포럼 등 각종 행사를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기업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 문화와 교육 등 다른 분야의 교류도 자연스럽게 증대될 것”이라며 “월가가 있는 뉴욕은 금융과 비즈니스 교류의 중심지이고, 유엔을 통해 정치적으로도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번 회장은 1976년부터 3년간 미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경남 창원과 충북 청주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인 부인도 당시 만났다고 그는 소개했다. 번 회장은 “지금도 아내가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다”며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직을 제의받았을 때도 자신의 일처럼 매우 기뻐하면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