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리카즈 지음 / 최지희 옮김 / 율리시즈 / 464쪽 / 2만5000원
제임스 리카즈가 쓴 《화폐의 몰락》은 달러의 몰락에 대해 말한다. 달러의 몰락과 함께 기축통화인 달러를 중심으로 유지되는 국제통화시스템도 붕괴할 것이란 주장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을 통해 흥미롭긴 하지만 해묵은 논쟁에 뛰어든 리카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저자가 단정적으로 달러의 몰락이 임박했음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몰락을 예견하는 근거 또한 기존 주장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리카즈는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화폐전쟁(Currency Wars)의 저자다.
달러 몰락을 예견하는 기존 주장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유럽 통합의 진전에 따라 향후 수십년에 걸쳐 위안화와 유로화의 위상이 달러에 비견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달리 저자는 금융전쟁의 가능성과 초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의 발발, 자본시장 붕괴 등 단기적으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통해 달러가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중 특히 금융전쟁의 가능성은 생소하지만 구체적이면서 설득력을 가진다. 달러 몰락의 근거를 금융전쟁에서 찾는 것은 기존의 경제적 설명과는 다른 이 책만이 지닌 특징이다. 저자에 따르면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불만을 지닌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평소 정상적인 헤지펀드를 설립하거나 투자해 국제자본시장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한다.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은 헤지펀드는 특정한 시기에 애플이나 구글, IBM과 같은 상징적 기업의 주식이나 일부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공매도해 자본시장을 뒤흔든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70% 하락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달러의 위상을 지키는 것은 미국 정부에서는 재무성과 중앙은행(Fed)의 일이다. 이들은 미국 주가가 흔들리거나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달러 표시 자산을 엄청나게 보유한 중국도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중국 등이 주도해 금융시장을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전쟁의 목적은 부의 극대화나 재정적 손실의 최소화가 아니라 적을 넘어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달러 기축통화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
저자는 그간 ‘달러의 미래’를 논한 경제학자들과 달리 현실 금융과 국가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변호사다. 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성에서 은밀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저자는 적에 의한 미국 금융시장 교란 사례가 이미 존재했고, 앞으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데 달러의 위상을 책임진 재무성과 Fed의 대응 자세는 안이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가상의 적’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다. 이미 이들은 달러 표시 자산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방식으로 달러의 몰락에 따라 발생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달러 몰락이 임박할 때 나타나는 징후를 제시하고 달러 몰락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구성까지 제안한다.
첫 번째 징후는 금값의 폭등이나 폭락이다. 폭등은 초인플레이션의 도래를 의미하고 폭락은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등장한다는 신호다. 두 경우 모두 달러의 와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획득, 특히 중국의 금 매집이다. 중국은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금을 매집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세 번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개혁이고, 네 번째는 금융감독기관 개혁의 실패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과 부채는 실물경제에 비해 수십배나 빠르게 증가한다. 다섯 번째는 다우존스지수의 급락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여섯 번째는 양적 완화와 아베노믹스의 종식이다. 마지막 징후는 중국의 붕괴다. 저자는 이런 징후 중 여러 개가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달러의 몰락에 대비해 저자가 제시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다. 금(20%) 땅(20%) 미술품(10%) 대체펀드(20%) 현금(30%).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대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