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에 있는 청정계는 하루 닭고기 10만마리를 생산하던 업계 10위권의 중견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는 내년쯤 폐업을 고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말 부도처리된 뒤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청정계가 부도를 맞은 것은 공급과잉으로 닭고기 가격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청정계의 위기는 치킨 시장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닭고기업계와 육계협회 등에 따르면 1일 기준 생닭 거래가는 마리당 800~900원대다. 지난달까지 1000~1200원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처음으로 1000원 선이 무너졌다. 시장 등에 납품되는 닭은 800원대에도 거래되고 있다.

생닭 가격이 마리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03년과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 닭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해 소비가 급감한 시기였다.

하지만 현재 닭고기값 폭락은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소비 부진보다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용 닭 사육 마릿수는 1억1787만마리로 전년 동월보다 13.1% 늘었다. 이달 출하량도 작년 9월보다 8%가량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닭고기업체 관계자는 “AI가 유행할 때는 ‘이 시기만 지나면 부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소비보다 공급이 문제인 지금은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마땅한 반등의 계기를 찾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닭고기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1위 하림은 지난해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문경민 하림 상무는 “올 상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성수기인 7~8월 판매가 순조롭지 않았다”며 “닭고기업계의 위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니커도 지난해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19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 5위권인 체리부로는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9억원의 적자를 낸 데다 시설 노후화가 심각해 농협, 사조그룹 등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계농가들은 닭값이 떨어진 만큼 주 판매처인 치킨점포들이 가격을 낮춰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업체 난립으로 고전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치킨 전문점 수는 3만1469개였다. 2007년(2만3622개)보다 33.2% 늘었다. 가맹사업을 하는 브랜드 수만 300개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마케팅비는 급증하고 있다. BBQ 등 주요 치킨회사의 광고모델료는 많게는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킨업체 관계자는 “2만원대에 치킨을 팔아도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BBQ, bhc 등 선두권 치킨업체들은 사업다각화로 불황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bhc는 지난해 인수한 고깃집 창고43을 중심으로 다양한 외식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BBQ도 최근 한우전문점 소신275℃를 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