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현장경영의 중요성
2010년 일본항공(JAL)이 도산할 당시 JAL의 조직도에는 1500개의 부서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되는 건 600개뿐, 나머지 900개는 유령부서였다. 당시 JAL은 방만 경영의 표본으로 “관료보다 더 관료화된 조직”이란 비난을 받았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구제불능으로 보이던 JAL을 약 3년 만에 정상화시켰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JAL’이라는 슬로건으로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정비사 등 모든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높여 나갔다. 아메바 경영도 도입했다. 전 직원이 이익 창출에 적극 참여하고 그 공헌도를 산출해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전체 조직을 각각 하나의 중소기업처럼 경영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내 직장은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탈바꿈했다. 이로써 JAL은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기업의 성패는 직원들과의 경영철학 공유와 효율적 조직 운영 여부에 따라 판가름난다. 직원 100여명 규모의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어느 사장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소통을 늘리려 직원 한 사람씩 번갈아 주말에 단둘이 등산을 갔다. 어색하던 분위기가 차츰 사라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게 됐다. 산에서 내려와 막걸리 한 잔을 나눌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직원도 있었고, 가족 같은 정이 생겼다. 이 과정을 통해 사장과 직원들의 소통은 원활해졌고, 나날이 회사도 성장했다.

필자도 직원 한 명 한 명과 경영철학을 함께 나누고, 자발적인 열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소중한 파트너다. 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때만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직원들을 1 대 1로 만나고 싶지만, 직원 수가 1만명이 넘는 까닭에 원자력발전소와 수력, 양수발전소 등을 부지런히 다니며 나름대로 ‘현장경영’을 하고 있다. 직원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여러분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숭고한 사명을 받은 만큼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얼굴에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희망찬 미래를 위해서 전국 오지의 사업소를 발로 뛰며 경영할 것을 다짐한다.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