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제계는 27일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라는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청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에서다.

최근 미국에서 나왔던 ‘청년 일자리 10만개 창출 프로젝트’와 닮았다. 지난 13일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힐튼 등 미국의 17개 주요 기업은 2018년까지 청년들에게 10만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미국 기업들은 전일제와 시간제 일자리뿐만 아니라 인턴, 교육훈련 등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대책도 비슷하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4만개를 포함해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 재정을 지원해 총 7만5000개 일자리를 제공하고, 12만5000명에게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중견기업 등에 취업할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대기업은 자체 교육프로그램인 ‘고용디딤돌 과정’을 만들어 취업준비생을 6개월 이상 교육시키고 협력업체 취업을 알선하거나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질은 판이하다. 스타벅스 등 미국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청년 실업 해결에 나선 반면 한국은 정부가 교육비 등을 지원해 기업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직업훈련비 일부를 예산으로 보조하되 수료생 채용 실적에 연동해 차등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에 청년 채용을 강요할 수 없으니 책임을 같이 부담하자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양산되는 대기업의 일자리 기회가 일자리 순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반응이다.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과 달리 손발이 묶여 있다. 세계 최악 수준인 고용 경직성과 비효율로 이어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그대로인데 내년엔 정년까지 연장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분야 구조개혁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청년 고용대책의 실효성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